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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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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ilsang Jul 21. 2020

나 홀로 거닌 제주

비가 내려 외로운 날,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날씨 탓을 해본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일주일에 여섯 번 일 하고 주어진 휴일 하루. 스케줄 근무 탓에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날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휴일은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정오를 지나 느지막이 일어나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어설프게 한 끼를 때우고 나면 어느새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행거에 옷을 널어놓고 부랴부랴 요가원으로 달려갔다.


제주도 그중에서도 서귀포에서 요가원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저들끼리 수다를 떨며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두 눈을 굴려 애꿎은 시계만 바라봤다. 종종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저녁 7시 맥주 한잔에 치킨이 당기는 날 말이다.

         


무미건조한 휴일이 계속되던 몇 주가 흘렀고, 혼자만의 제주를 즐겨보길 결심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다 잠시 그친 틈을 타 산책을 다녀왔다. 천제연 폭포로 흐르는 강물은 잔뜩 불어나 있었고 온 동네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20분 남짓 걸어 도착한 중문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동안 먹어보고 싶던 크림 게살 파스타를 하나 주문하곤 혼자가 익숙한 척 야무지게 비워낸 그릇, 이후에도 쉬는 날이면 종종 중문과 서귀포를 오가며 식당을 찾아다녔다.       




맑으면 맑은 대로





날이 좋은 날엔 제주시를 다녀오곤 했는데 제주도 스타벅스에서만 판매한다는 제주 쑥떡 크림 프라푸치노를 마시고, 담을 따라 걷는 여유도 즐겼다. 꼭 가보고 싶던 소품샵에 들러 마그넷 몇 개를 담고 나니, 휴일을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다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문을 내다보고 있으면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도 좋을 정도로 여유롭고 따뜻했다.

    


기숙사가 있는 중문 어귀로 돌아오면 하얀 벽에 기와를 얹은 꽃집이 있는데 특별할 것 없지만 그 앞을 지나갈 때면 늘 기웃기웃 가게 안을 들여다봤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그곳에서 제주 특유의 정취를 느꼈다. 멋 내지 않았지만 향을 품고 있는 곳, 그런 곳이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맑은 날엔 맑은 대로 아름다운 제주도다.







밤기운에 취한 대로



 

밤 10시, 야간 근무자를 제외하곤 모두가 퇴근하는 시간. 역시나 시골스러운 작은 가게에 내 또래의 직원들과 모여 앉았다. 처음에는 환영회로 지금은 우리의 친목회로 나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른 전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만나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내게 아주 값진 친구가 생긴 것이다.

    


그들은 종종 본사에서 온 내 이야기를, 본사의 이야기를, 제주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대부분은 힘들고 속상하고 내가 넘겨야 할 고민과 걱정이었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3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 본사로 복귀했을 때, 내가 필요한 순간에, 내게 필요한 도움을 준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 전화번호 | 064-745-6454

- 이용시간 | 매일 10:00~22:00(연중무휴)


- 전화번호 | 064-738-5905

- 가격정보 | 제육볶음(15,000), 파전(10,000), 동태전(8,000)




-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2019년 7월 당시 중문에 위치한 '베니떼' 였으나, 현재 영업 종료하여 정보에 담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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