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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ilsang Oct 31. 2020

경복궁, 흩날리는 빛의 향연

볼 끝을 스치는 시원한 공기와 함께

어느새 다가온 가을,

어슴푸레 서울의 밤을 비추는 빛은

흩날리며 나에게 담겼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일단은 밥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해서 진행되면서 대다수의 전시와 관람, 공연이 취소되었고 자연스레 경복궁의 야간개장 또한 기대하고 있지 않던 찰나에 우리의 단체 대화방에 반가운 소식이 올라왔다. 바로 경복궁 야간개장 티켓 예매 링크였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날짜를 잡고 우리는 또 한 번 출사 계획을 세웠다.


경복궁 야간개장을 가기로 한 당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메라 하나 챙겨 들고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의 짐이 꽤 묵직해 보여, 무슨 짐이 이렇게 많냐며 확인하던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야간 촬영 며칠 전, 삼각대가 있는 사람은 꼭 챙겨 오라던 언니, 오빠들의 말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헐! 나 삼각대 놓고 왔어!”

“헐! 괜찮아, 우리 있으니까, 이걸로 돌아가면서 찍으면 돼~”


그렇게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부산 출사 이후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쌓여있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 저녁에 촬영을 하면 밥을 먹지 못하게 되니 궁에 들어가기 전 저녁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출사를 위해 모였다.


     


카메라가 흔들리는 걸까?
내 정신이 흔들리고 있는 걸까?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예매한 화면을 보여주고 받아 든 입장권을 들고 궁으로 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내부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여유롭게 둘러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장의 사진을 찍어보니, 저녁 촬영을 할 때 왜 반드시 삼각대가 필요한지도 알 수 있었다.


사진과 함께 내 정신도 흔들려 버렸다.


흔들흔들, 세상에 안 흔들린 사진이 없다. 두 손에 힘을 주고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결과물은 모두 초점이 맞지 않았다. 흔들린 사진과 함께 내 정신도 같이 놓아버린 순간, 이런 상황을 알기라도 하듯 옆에 있던 일행은 잠시 삼각대를 내어주었다. 흔들리지 않는 야경 사진을 찍는 방법과 카메라 설정을 알려주었고 덕분에 나는 첫 야간 출사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장의 야경 사진이 내 카메라에 담겼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딱 두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경복궁의 야간개장은 생각보다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사진을 찍으며 궁을 모두 둘러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이제는 나가야 한다는 관계자의 말에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밤이 깊은 서울, 불어오는 바람이 스산하게 느껴지는 것은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일까, 아니면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한 경복궁에 대한 미련일까,



괜스레 춥다며 종종걸음으로 뜨끈한 국물을 찾아 나서본다. 어쩌면 소라와 부산에서 먹지 못한 해물 라면을 먹기 위한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본 출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 및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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