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게 프로젝트_2
[예]쁘고
[슬]기롭게 자라라
봉주르~ 파리는 어때?
어째 요즘 연락이 뜸하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마냥 애기로만 봤던 네가 어느새 스무 살이 되고, 혼자 척척 준비하더니 지금은 홀로 프랑스에 가있는 제가 자랑스러워.
보고 싶네 예쁜이.
만나면 늘 꺼내는 우리의 필리핀 어학연수 이야기.
헤아려보면 벌써 14년이 다 됐는데도 우린 만나기만 하면 같은 이야기를 곱씹으며 까르르 웃어.
같이 나눴던 추억이 가치 있는 기억이 되어버린 거야 ㅎㅎ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도 고작 중2였는데 밥 안 먹는 널 보며 '꼭 먹여야겠다'란 사명감이라도 든 걸까?
야채를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먹으라며 윽박지르던 순간이 아직도 선해.
그땐,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게 맞는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편지를 쓰며 다시 생각해 보니 조금 미안하네.
싫은 건 안 해도 되는 건데 그렇지? 맞고 틀린 건 없는 건데 말이야.
'언니는 내게 친언니나 다름없어! 내 친구들한테도 다 그렇게 얘기하고 다녀 난!'
지금 생각해 보면 난 네게 내로라할 만큼 잘해준 것도 없는데
조그맣고 뽀얀 네가 오밀조밀한 입으로 그런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면 난 심장이 쿵쿵거려.
벌써 감동을 줄줄 아는 꼬맹이가 되었다니 ㅎㅎ
얼마 전에 우리가 일본 다녀왔을 때 찍은 영상들을 다시 봤거든?
내가 세상 배꼽 잡고 웃고 있더라.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힘든 일만 생각났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네 덕분에 더 재밌었던 거 같아.
예쁜 사진 찍어주고, 골라주고
비 오는 날 길 찾느냐고 고생도 하고.. 고마워 예슬아
파리에서 돌아오면 좀 더 많은 걸 같이 해보자.
일본 다녀온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더라고.
시간이 너무 빨라.
보고 싶어~ 연락할게
-내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