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게 프로젝트_3
[송이] 꽃, 열매, 눈 따위가 따로따로 다른 꼭지에 달린 한 덩이
송이야
결혼축하해.
송이야
엄마가 된 것도 축하해.
직접 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쉽다.
너와의 첫 만남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네가 고등학교 때 아낌없이 퍼주었던 우정은 눈만 감아도 생각날 정도로 생생해.
여전히 고맙고, 되돌려 주고 싶다ㅎㅎ
그때의 난 하도 소심해서 소금쟁이, 쿠크다스 등의 별명을 갖고 있었지.
지나가는 택시도 못 잡고, 식당에서 ‘주문이요!’라고 외치지고 못했으며, 하다 못해 짜장면 집에 전화 주문도 못했어. 급식은 꼭 친구랑 같이 먹고 싶어 했지.
그런 내가 어쩌다 심화반에 들어가고,
심화반은 학교에서 저녁까지 먹어야 했고
주말에도 도시락을 싸들고 나와 밥을 먹어야 했어.
난 그게 너무나 싫었던 거지.
너무 싫었어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게.
난 여느 때와 같이 내 고충을 네게 말했고, 위로를 받았어.
그런데 어느 날 주말,
네가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에 왔더라.
서프라이즈라며..
편지를 쓰는 지금도 찡할 정도로, 내겐 잊지 못할 순간이야.
밥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며 내 숟가락에 반찬을 놔주고,
혼자가 아니라며 우정을 나눠줬던 송이야.
네 안부가 궁금해.
얼마 전 피부과를 가서야 내가 코 주변에 홍조가 있단 사실을 알게 됐어.
네가 고등학교 때 나 얼굴에 선크림 발라주면서였나..‘너 코 건들지 마!! 코가 빨갛잖아!’라고 했던 게 생각나더라. 난 건든 적이 없어 억울하다가도, 네가 해주는 걱정이 좋았나 봐 ㅎㅎ
넌 어린 내가 보기에도 참 좋은 아이였어.
연락 안 하고 지낸 4년이란 시간 동안 넌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지금도 물론 좋은 사람일 거야.
4년 동안 일 년에 두 번씩은 너와 멀어진 이유를 되새겨 봐.
언젠가 우리가 멀어진 이유를 찾게 되면
연락할게.
몸조리 잘 하구 행복만 해 :)
-내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