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게 프로젝트_4
맙소사 내가 너한테 편지를 쓰게 될 줄이야.
우리가 내년에 30이니까 13년 만에 쓰네.
‘난 생각이 많으니까 그저 스쳐가는 생각일 거야.’라고 애써 무시했었는데, 그랬던 내 맘을 무시했으면 안 됐나 봐.
난 남사친 없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너가 내 남사친이었네 ㅎㅎ
너가 아버지를 도와 일했던 세븐일레븐도, 모자를 쓰고 온 나를 놀렸던 일도 아직 생생해.
지금 생각해도 넌 참 재밌는 친구였어. 중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네가 생각날 만큼.
근데 우리 처음엔 친구가 아니었지? 아마 우리가 멀어지게 된 이유도 그것 때문일 거야.
나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올백머리를 고수했고, 치마를 줄이지도 않았고, 화장도 하지 않았지. 몸가짐이 정돈되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 믿었거든.
그래서 짓궂은 남자애들이 마빡머리다~ 뭐다 장난도 많이 걸어왔지만 난 그게 맞다 생각했어.
너도 나 놀리면서 친해졌지?
아직도 기억나는 장난이 있어. 상처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지금도 심심찮게 꺼내고, 이렇게 편지에 적기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 상처였나 보다.
사각턱을 가진 내게 넌 ‘야야 주먹으로 한 번씩 쳐줄까? 그럼 돈 아끼는 건데’라고 했었지.
난 내 사각턱이 그렇게 도드라지는지 몰랐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서 깨달았지 뭐야.
근데 정훈아 나 아일랜드 갔을 때 말이야.
내가 베이커리에서 일을 했었거든?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You're so gorgeous다?
외국인들이 그렇게 예뻐하더라 내 얼굴을. 치
네게 받은 상처를 아일랜드에서 치유했어.
3년이 걸려 답을 찾았지만 뭐 나 더 단단해졌다?
우연이라도 마주치면 보여주고 싶다.
나 이렇게 단단해졌다고 ㅎㅎ
네가 뭐라 할지 궁금해.
그럼에도 너에게 미안해.
중학교를 졸업하며 너는 나한테
그동안 놀려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참 큰 용기였었을텐데
됐어. 라며 무시했었나 내가..
네 용기 무시해서 미안해 정훈아.
사과도 하고 못다 한 근황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
무슨 일 하고 있어? 여전히 개구지고?ㅎㅎ
나 너 이름 뜻도 모른다 야 ㅎㅎ
편지 받으면 뜻 좀 알려줘
-내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