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살아보는거야

에어비앤비스토리를 읽고 추억팔이하기

by 우롱

‘Airbnb’


요즘 20,30대 중에 이 기업을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에어비앤비를 처음 들어보신 분이 있다면 얼른 검색해보시길 부탁드린다. 아직 우리는 트랜드에서 벗어나기엔 젊다!)

내가 에어비앤비를 처음 접했던 때는 신입사원 첫 휴가 때였다. 당시 휴가는 8월 첫째주에만 쉬라는 팀장님의 강압 같은 조언으로 모든 비용이 가장 비싼 시기에 동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과외로 모은 쌈짓돈으로 가는 배낭여행이 아닌 첫 휴가인만큼 좋은 호텔에서 묵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였지만 시기가 핫한 시즌인만큼 예약도 어려웠으며 금액 또한 학생의 신분을 갓 벗어난 내가 보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러던중 에어비앤비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었는데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게스트 하우스 같은 방 한칸을 호텔 방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예약하였다. 전 일정을 에어비앤비로 넣을 자신이 없었고 동행했던 친구 역시 위험회피주의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프라하에서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휴가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여행지에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라도 좋은 호텔에서 쉬고 지금까지의 여행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초보 여행자들은 마지막 행선지에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에어비앤비스토리’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우리의 숙소 도착 시간에 숙소 문을 열어 주셔야 하는 분이 실수로 자리를 비우고 만 것이다. 호스트와 별개로 숙소를 관리하고 청소해주시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자리는 비우신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한국에서도 남의 집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본 적이 없는 우리가 외국인 집 앞에서 30분 이상 기다리니 점점 ‘이거 사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나가는 외국인들 조차 ‘아니 이 골목에 동양인 여자애 둘이서 왜 저렇게 서 있는거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다는거 같아 매우 맘이 초조해졌다. 바로 호스트에게 전화를 걸면 되는걸 그 로밍 비용 몇 푼 아끼겠다고 기다리며 멘붕 당하다가 결국 누구의 휴대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호스트에게 전화 하였다.

호스트는 모든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본인의 일정을 취소하고 바로 숙소로 달려왔다. 당시 우리의 여행지가 프라하임에도 집주인은 미국인이였다. 그는 나와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으며 본인이 왜 프라하에서 정착하게 되었는지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쌓인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주인도 우리처럼 관광객으로 프라하를 방문하였는데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도시에 매혹되어 다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객으로 머무는데는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이렇게 집한채를 매매하여 일부를 에어비앤비로 활용하여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알려줬다.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노마드적 삶을 살아가는 분이었다.


색감의 조화가 아름다운 건물들

당시에는 그냥 신기하고 재미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나도 한국에 돌아와서 20대 젊은 시절에 한번쯤 도전 해봐도 좋았을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에어비앤비로 돈버는 법에 관련된 책과 강좌들이 점점 늘어가는걸 보면 그는 분명히 시대의 변화를 먼저 읽고 흐름에 맞춰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노필터로 찍어도 아름다운 프라하 시내 전경

‘에어비앤비스토리’라는 책은 낯선 타인의 집에 머물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세 남자의 사업 과정 역시 내가 에어비앤비를 처음 경험할 때의 시행착오처럼 첨에는 낯설고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음을 보여주었다.

디자이너 2명과 엔지니어 1명의 조합이 의기투합하여 시작된 숙박공유 서비스 플랫폼은 이전에도 유사한 서비스는 있었지만 주류 되지 못한 것을 인싸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용해보고 싶은 서비스로 한단계 성장 시켰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쉽게 넘어 가게 구성되어 있어 이틀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친구가 고생해서 대박난 이야기를 1박 2일 동안 들어주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처럼 그들은 처음엔 시장에게 외면 받았으며 Product-Market Fit의 포인트를 찾고자 고군분투 하였다. 그 과정 자체에 대해서 크게 감명을 받은건 아니나 위기를 대처하는 창립자들의 에티튜드엔 오히려 눈길이 갔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체스키(CEO), 네이선 블레차르지크(CSO), 조 게비아(CPO)


역경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조지 버나드쇼가 한 말을 되뇌이면서 스스로의 열정 화로를 끝없이 불태워갔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이 문장을 출근길에 읽게 되었는데 순간 누가 뒤에서 머리를 한 대 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항상 상황에 불만이 가득하더라도 최대한 현실과 타협하며 Plan B를 찾고자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플랜비 또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 받아야 마땅하지만 뭔가 크게 한방을 날리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떤 선택이 더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의 한순간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의 마지막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에어비앤비 스토리’를 읽으며 에어비앤비의 성장과정을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20대의 유럽 여행을 되돌아보고 곱씹을 수 있었다.

사실 프라하는 에어비앤비를 처음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 외에도 지금의 나의 단짝인 남편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도시이다. 언젠가 그와 함께 다시 프라하를 방문하여 까를교가 보이는 에어비인비 숙소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