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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더빙의 혁명: 언어 장벽은 무너졌는가?

구글 I/O 2025 총정리 연재 시리즈 ③

by 오유나

구글 I/O 2025 발표 정리 및 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ZM4QhEne0v4


“이제 당신의 목소리로 다른 언어를 말하는 시대가 왔다.”

2025년 Google I/O의 발표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 기술은 다름 아닌 실시간 더빙 기능이었다. 단순히 텍스트를 번역해 주는 것을 넘어, AI는 사용자의 목소리, 톤, 말투, 억양까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언어로 대체 발화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그것도 실시간, 1~2초의 지연만으로.


더빙이 아닌 “대체”의 시대

우리가 알고 있는 더빙은 배우의 목소리로 바꿔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선보인 AI 더빙은 ‘당신의 목소리로 번역된 언어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영어로 말하면 AI는 1초 후, 같은 말투의 스페인어를 당신 목소리로 출력한다.

더 나아가, 입 모양까지 번역된 언어에 맞춰 자동으로 재구성된다.


“I’m speaking English, but you’re hearing Spanish – in my own voice.”
– Google I/O 발표 시연 장면


실시간 다국어 회의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다음과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한국어로 회의 → 상대방은 영어로 듣는다. (입모양, 억양, 말속도 동기화)

프랑스어로 강의 → 전 세계가 각자의 언어로 강의를 청취한다.

한 사람이 여러 언어로 브이로그 → 자동으로 20개 언어 자막 및 더빙 출력


이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동영상 편집도, 후처리도, 자막도 필요 없다.


어떻게 가능한가? – 기술적 구성요소

이 기적 같은 일은 아래 네 가지 기술의 통합을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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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이 네 단계를 별도로 수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에서 딜레이 없이 통합 처리된다.

이 점이 기술의 가장 큰 진보다.


언어 장벽의 붕괴, 정말 혁신일까?

언뜻 보기에 이는 혁신이자 해방처럼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언어 몰라도 대화 가능

외국 친구와 문화적 벽 없이 소통

콘퍼런스, 인터뷰, 다국적 협업이 장벽 없이 진행

유튜브 콘텐츠가 ‘글로벌 언어’로 동시에 방송


하지만, 여기에 근본적인 질문이 따라붙는다.


생각해 볼거리: 언어가 사라진다?

1. 우리는 언어를 여전히 배워야 하는가?

이전까지는 ‘언어를 배워야만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실시간 더빙이 일상화된다면, 학습할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이때, “배움의 과정”은 어떻게 될까?

문법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외국어 학습을 통해 얻게 되는 문화, 세계관, 맥락 이해는 어떻게 대체되는가?


2. 모국어의 정체성은 어떻게 유지될까?

모든 콘텐츠가 번역되고, 더빙되고, 자동화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영어 같은 ‘글로벌 언어’의 존재감이 줄어든다.
하지만 동시에, 지역 언어의 고유한 표현, 은유, 정서는 번역 과정에서 지워질 위험이 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그 사회의 감각, 사유, 역사, 리듬이 담긴 문화적 자산이다.


3. AI가 대체한 나의 목소리, 그것도 ‘나’일까?

AI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베이스로 TTS 모델을 훈련시킨다.

즉, 어느 순간부터 ‘내 목소리이지만 내가 말하지 않은 말’이 등장하게 된다.

누가 내 목소리로 거짓말을 한다면?

누가 내 목소리로 뉴스, 광고, 정치 연설을 한다면?

내 ‘디지털 정체성’은 어디까지 보호되는가?


윤리적/문화적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실시간 더빙 기술은 필연적으로 ‘정보의 대칭성’을 해체한다. 언어 격차가 줄어드는 만큼, “해석의 다양성”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번역된 콘텐츠는 원문이 담고 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정치적 발언, 시사적 표현, 풍자 등은 중립적으로 번역될 수 있는가?


“AI는 중립이 아니다. 번역은 해석이고, 해석은 권력이다.”
– AI 윤리학자 케이트 크로포드


예상 시나리오: 미래에는 이런 장면도

- 인터뷰 현장
“안녕하세요. 저는 BTS 인터뷰를 맡은 기자입니다.”
→ 전 세계 팬들은 자신의 언어로 그 말을 듣는다. 기자는 한국어로 질문하고, 정국은 영어로 답하지만, 모두 모국어로 듣는다.


- 유튜버의 브이로그
“오늘은 독일의 작은 카페를 방문해 볼게요.”
→ 자동으로 13개 언어로 동시 방송된다. 구독자는 자신의 언어로 실시간 시청.


- 온라인 강의
MIT 교수의 컴퓨터 비전 수업이 자동으로 베트남어, 아랍어, 한국어, 힌디어로 번역·더빙된다.

교수는 단 한 번의 수업만 한다.


마치며: 언어는 번역되었지만, 의미는 전해졌는가?

실시간 더빙 기술은 마치 바벨탑이 무너진 이후의 인간이 다시 하나의 언어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진짜 ‘이해’란 언어의 표면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에 발생한다.

우리는 지금, 기술로 인해 언어를 넘을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남는다.

“당신의 말은 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이해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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