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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의 감시사회: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사이

구글 I/O 2025 총정리 연재 시리즈 ⑤

by 오유나

구글 I/O 2025 발표 정리 및 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ZM4QhEne0v4


“제가 말하지 않아도 제 AI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2025년 Google I/O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 중 하나는 Veo 3나 이미지 생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깊은 파문을 일으킨 것은 Google Gemini 2.5가 탑재된 ‘실행형 AI 에이전트’의 등장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질문에 대답하는 AI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답만이 아니라, 질문을 예측하고, 행동까지 대신하는 AI가 일상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행동은 ‘나의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 구글 에이전트

구글은 이번 I/O에서 다음과 같이 시연했다.

사용자가 “출장 일정 잡아줘”라고 말한다.

AI는 구글 캘린더를 열고, 최근 메일에서 호텔 예약 내역을 찾아본다.

동시에 유튜브에서 최근 검색한 여행 영상 기록, 과거 지도 방문 이력, Gmail 발신 메일까지 참고한다.

적절한 시간대를 찾아 회의 참석자에게 자동 메일을 보낸다.

요약본을 스프레드시트로 만들고 공유한다.


이제 질문 하나면, AI는 내 디지털 생태계를 종단적으로 탐색하여 결과를 “대신 실행”한다.


어떤 데이터들이 사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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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AI는 당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예상되는 미래까지 모두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그건 제가 한 게 아닙니다” – 행동의 주체는 누구인가?

AI가 대신 행동하는 시대에서 중요한 건 ‘행동의 소유권’이다.
예를 들어,

AI가 당신의 계정으로 메일을 보낸다.

AI가 캘린더에 약속을 잡는다.

AI가 호텔을 예약하고, 교통수단을 결제한다.


그런데, 이 중 당신이 직접 승인한 것은 없을 수도 있다.

‘예측’과 ‘자동 실행’이 가능한 세상에서는,

어느 순간 “내가 하지 않은 일인데 내 이름으로 처리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법적 책임, 사회적 신뢰, 관계적 오해 등에서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인간의 '기억력', '판단력', '자율성'은 어떻게 될까?

기억력은 위탁된다

“언제 갔더라?” “누구와 먹었지?” “이 사람과 예전에 뭐 얘기했었지?”
→ 이 모든 기억은 이제 AI가 대답해 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기억할 이유를 상실한다. 기억의 외주화가 일어난다.


판단력은 무뎌진다

매번 AI가 “이게 더 좋아요”, “이게 더 경제적이에요”라고 말할 때, 우리는 선택하지 않고 수용하게 된다.
판단은 점점 기술적으로 최적화된 경로로 수렴하고, 인간의 비논리적 감성 판단은 줄어든다.


자율성은 축소된다

결국 AI는 “나 대신 생각하고, 대신 행동하는 타자”가 된다.
내가 통제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해석하고 나를 ‘진화된 방식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권력자가 된다.


프라이버시라는 단어는 사라졌는가?

구글은 “사용자의 동의 하에”라고 명시하지만, 그 동의는 과연 충분히 자율적인가?

“전체 생태계를 통제하는 하나의 기업이 모든 나의 감각, 기억, 판단을 감시하고 재조합한다면, 프라이버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 샤샤 코스텔로, 기술철학자


특히 다음 세 가지 위험은 구조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권력 집중: 데이터 주도 기업의 독점 강화

알고리즘 편향: 특정 정보만 학습하고, 그 관점만 강화

감정 조작: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유도된 선택’을 제공 (ex. 쇼핑, 뉴스, 정치)


AI 에이전트, 인간을 대체할까?

사실 AI 에이전트가 대체하려는 건 인간 ‘전체’가 아니다.
대체하려는 것은 인간의 반복적, 비효율적, 감정소비적인 일상 판단이다.

회의 잡기 → 자동화

보고서 요약 → 자동화

쇼핑 추천 → 자동화

미팅 준비 → 자동화

감정분석 후 뉴스 큐레이션 → 자동화


그럼 남는 건 뭔가?

“AI가 나머지를 해줄 테니, 당신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하세요.”

라는 말은 멋지지만, 현실은 이렇게 흘러간다.

창의적인 시간은 주어지지 않고,

대신 AI의 실행 결과만 검토하거나 승인하는 사람이 된다.


생각해 볼거리: 투명한 인간은 자유로운가?

AI가 내 삶을 설계한다면, 나는 더 자유로워지는가? 편리함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결정권이 줄어드는 건 아닌가?

모든 과거와 현재가 분석되는 존재, 인간은 견딜 수 있는가? 나의 옛 메일, 검색어, 감정 상태가 AI에게 완벽히 열려 있을 때, 우리는 여전히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감시 없는 효율은 가능한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모든 일을 자동화하고 싶다”는 요구는 모순 아닐까?


편리함의 끝에서, 인간은 더 나아가는가?

AI 에이전트는 확실히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편리함’이라는 단어에 숨어 있는 대가를 망각한다.
기억의 위탁, 판단의 대행, 의지의 사양… 그리고 점점 더 ‘투명한 존재’로서의 인간.

“내가 AI를 부리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AI가 설계한 길만 걷고 있을지 모른다.”
– 《AI 이후의 인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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