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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무엇인가: 인간성과 창작의 미래

구글 I/O 2025 총정리 연재 시리즈 ⑧

by 오유나

구글 I/O 2025 발표 정리 및 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ZM4QhEne0v4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지금까지 우리는 일곱 편에 걸쳐 Google I/O 2025에서 발표된 기술적 진보를 따라가 봤다.

당신보다 먼저 말하는 AI 에이전트

당신 목소리로 외국어를 말해주는 실시간 더빙

당신의 상상만으로 영화와 게임을 만드는 생성형 모델

당신이 클릭하기 전 추천을 던지는 쇼핑/패션 시스템

그리고 월 수십만 원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AI 구독 경제


기술은 빠르다. 압도적이고 총체적이다.
이제는 예술도, 표현도, 설계도, 감정까지도 모델링할 수 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인간 창작의 자리는 사라졌는가?

AI는 이미 대본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음성까지 생성한다.
하지만 이것이 창작의 종말인가?

한 가지 오해가 있다.

“AI가 다 하게 되면 인간은 할 일이 없어진다.”


하지만 창작의 핵심은 결과물이 아니라 의도다.

내가 왜 이 장면을 선택했는가

이 문장에 어떤 감정을 실었는가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왜 들려주고 싶은가


AI는 이것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
즉, 표현의 매개는 바뀔 수 있어도, 표현의 이유는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


인간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정의되는가?

우리가 "나"라고 말할 때, 그 정체성은 어디서 오는가?

내가 소비한 콘텐츠?

내가 구매한 제품들?

내가 말한 이력, 쓴 검색어?


AI는 이러한 흔적들을 조합해 "너란 사람은 이런 타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늘 거기서 벗어나려고, 달라지려고 애쓴다.

“인간은 예측 가능한 존재이되, 예측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존재다.”
– 질 들뢰즈

AI는 인간의 과거를 이해하지만, 미래를 의도적으로 바꾸려는 충동은 이해하지 못한다.


예술, 의미, 경험: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세 가지

1. 예술은 ‘잉여’에서 탄생한다

AI는 ‘목적’이 있어야 작동한다.
그러나 예술은 목적 없음에서 시작된다.

이유 없이 그리는 낙서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실험


이런 비효율, 비합리, 비경제가 예술의 토양이다.
AI는 이 ‘잉여’를 이해하지 못한다.


2. 의미는 ‘상처’에서 온다

당신이 지금 쓰는 문장은,
당신이 겪은 슬픔과 부끄러움, 기쁨과 상실에서 온 것이다.

AI는 유사한 슬픔을 모방할 수는 있어도,
그 상처를 살아본 적은 없다.

의미는 체험과 시간에서 오고,
시간은 인간만이 겪는다.


3. 경험은 ‘몸’에서만 느껴진다

우리는 몸으로 기억하고,
몸으로 사랑하고,
몸으로 아파한다.


AI는 텍스트로 ‘사랑’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촉감과 시간 속에서 느낄 수는 없다.


그렇다면, AI는 위협일까?

아니다. 위협이라기보다는 질문의 대상이다.

“AI가 할 수 없는 건 무엇인가?”
“AI는 나를 대신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AI의 등장은 자신에 대해 묻는 방식을 바꿔 놓는다.
결과적으로, 자기 인식의 깊이를 요구한다.


생각해 볼거리: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1.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나온 것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파편이다

효율이 아니라 서사의 집합이다


2. 실패와 불완전함이 만드는 매혹

인간은 실수하고 흔들리며,
그 틈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


3. 결과가 아니라 존재의 방식

나는 무엇을 만들었는가 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가가 중요하다


마치며: 기술은 나를 완성시키는가, 대체하는가?

우리는 지금,
AI가 모든 것을 만들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


AI가 대신 그림을 그려준다 →
그럼에도 내가 그린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AI가 모든 걸 추천해 준다 →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것은 무엇인가?

AI가 대본을 써주고, 연출하고, 편집해 준다 →
그럼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기술은 날카롭고 빠르며, 효율적이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기술이 묻지 못하는 곳에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을 만들 필요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히려 ‘왜 만들고 싶은가’를 되물어야 한다.”
– 이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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