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상상력
유발 하라리 내한 강연 250413 : https://www.youtube.com/watch?v=9deB6qoCGaQ
타임스탬프: 00:47:35 ~ 00:48:22
유발 하라리는 강연의 마지막에서 아주 단호하게 말합니다.
기술은 미래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힘이 아니며, 동일한 기술로도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Technology is never deterministic. You can use exactly the same technology to create completely different kinds of societies.”
“기술은 절대 결정론적이지 않습니다. 같은 기술을 사용해도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기술이 ‘도구’라는 의미를 넘어서, 방향성을 가진 구조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 그리고 사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현재 AI의 개발과 방향 결정은 소수의 기술 대기업과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개인과 공동체는 그 구조를 바꾸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습니다.
기술은 ‘공공의 것’이 아닌, 일부 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설계된 사적 구조물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종종 기술을 ‘도구’로만 생각하며, 그것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하라리가 지적하듯, AI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 안에는 설계자의 의도와 가치, 목표, 편향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장치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주의를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를 ‘머무르게 하는’ 정보가 선택되는 구조입니다.
결국 핵심은,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을 위해 작동하느냐입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기술이 자동적으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설계되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이자 사용자로서, 기술 기업의 투명성, 윤리성, 접근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며, 침묵 대신 사용자 주권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정책적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인프라 등 핵심 기술 요소에 대해 공공이 참여하고 감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기술은 시장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공공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국제사회 차원에서는, AI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술 의사결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개발도상국도 정책과 기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며,
공익 목적의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글로벌 공공재로 육성하는 움직임 역시 장기적으로 중요해질 것입니다.
AI를 다루는 기술자로서, 하라리의 말은 ‘현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기술을 인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메시지처럼 들립니다.
우리는 종종 기술의 진보를 ‘막을 수 없는 흐름’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기술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기술을 설계하는 구조와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모델이라도,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는지, 어떤 환경에서 작동시키는지, 누구를 위한 서비스로 만들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런 점에서 기술은 결코 중립이 아니며, 기술자 또한 의도와 가치의 선택자라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기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기술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설계 가능하고 선택 가능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술은 정해진 길로 우리를 이끌어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기술이 향할 방향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steering wheel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요?
기술의 중심이 인간일 수 있으려면, 우리는 어떤 상상력을 되살려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