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예전의 나는 모든 걸 다 잘 해내고 싶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일이 꼬이는 상황에서도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그 믿음 안에는 사실, 보이지 않는 통제가 숨어 있었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길 바라고,
내 진심을 오해하지 않길 바라며,
내 기준에서 ‘좋은 관계’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삶은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멀어지는 사람은 있었고,
아무리 잘해보려 해도 꼬이는 순간은 계속 찾아왔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탓하거나, 혹은 그들을 탓했다.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을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그러던 중 우연히 ‘Let Them’이라는 책을 만났다.
미국 작가 멜 로빈스가 딸과의 갈등 속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말이자 책 제목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두자.”
처음엔 너무 단순하게 느껴졌다.
관계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고,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나를 향한 조용한 위로이기도 했다.
모든 걸 통제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의 감정이나 선택까지 책임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 말 안에 담긴 따뜻한 단념이 내 마음을 가만히 감싸 안았다.
나는 그동안 참 많은 걸 바꾸려 했다.
상대의 태도, 오해, 거리감, 기대치.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바꿀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오히려 내 안에 조용한 힘이 생겼다.
나는 더 이상 타인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반응을 선택하고 내 감정을 책임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조금씩 달라졌다.
어떤 말에 상처를 받아도, 곧바로 되묻는다.
"이 감정은 내가 품고 가야 할 만큼 중요한 걸까?"
누군가 내 기대와 다르게 행동해도,
"그 사람은 그런 선택을 할 자유가 있어. 그건 내 몫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물러서 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이니까 실망도 하고, 서운함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이제는 덜 흔들리게 되었다.
나는 나의 속도로 살아가기로 했고,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게 두기로 했으니까.
이제는 모든 관계를 붙잡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오해를 풀어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내 감정에 더 정직하려 한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건 하지 않으며,
무리해서 좋은 사람이 되려 하기보다
그저 진심으로 나답게 존재하려 한다.
성장이라는 건 거창한 목표를 이루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나를 지키는 선택을 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지금도 종종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나는 내 인생을 살고,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산다.”
이 문장이 주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자유가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그리고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