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김철수씨 이야기 - 허회경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9ovexKXPQRY
2020.03.23 월요일
매일매일 다이어리를 쓰고 잔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면서도 어렵다. 지난주 금, 토, 일은 할머니 댁에도 가고 가족들과 양수리에 갔다. 소중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니 덩달아 나도 행복해진다. 그 말은 내가 행복하다면, 내 주변도 행복해진다는 말도 된다.
수요일에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을 읽었다. 루게릭 병으로 몸이 밀랍인형처럼 변해가는 모리 교수는, 죽음도 받아들이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삶을 '행복'하고 '현명'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매주 화요일마다 찾아오는 제자에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화요일마다 모리 교수를 찾아갔던 제자가, 그 이야기들을 적은 책이다. 모리 교수의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운 좋게 늙어서 죽을 수도 있지만, 세상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늙어서 죽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누구처럼 몹쓸 병에 걸려서 일찍 죽을수도, 길을 건너다 차에 몸이 으스러져 죽을 수도 있다. 화상을 입어 평생 말을 못하다 죽을 수도 있고, 비행기가 떨어져서, 간판이 떨어져서 죽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마음이 아프다 죽는 사람도 있다. 믿을 수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도 사람은 죽는다. 피부는 약하고, 흉터는 쉽게 남고, 상처받으며 산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뿐이다. 뉴스에 나오는 죽음들은 언제나 내 옆에 있다.
누군가에게 죽음은 정말 죽기보다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과 삶은 마음대로 살 수 없다. 모리 교수는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 용서하고, 나도 용서하며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 평범한 하루를 사는 것에 감사하는 것. 책을 읽다가 이런 내 인생에서도 가장 소중한 일인걸 알 수 있어서, 행복함에 울었다.
당신의 내일에는 관심도 없다는 요조처럼, 내일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처럼, 나도 오늘을 산다. 단 하루밖에 없는 오늘을, 이 시간을 산다. 혹시라도 내가 허무맹랑한 이유로 사라진다면, 누구도 슬퍼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내일보단 오늘이 행복한 사람이었고,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당신과 함께한 하루를 줘서 고맙다고. 당신과 함께한 그 하루를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해주고 싶다.
오늘을, 하루를 살 수 있어서 난 또 야금야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