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가 '핫플'이라고? 성동은 원래 '말(馬)플'이었다

2026년 병오년, 성동의 '말(馬)빨'이 다시 터지는 이유

by 김응석

요즘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성수동입니다. 골목마다 힙한 팝업스토어와 카페가 즐비해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고, 정치권에서도 그 발전 공로를 두고 설전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역사를 살펴보면, 성동구는 단순한 유행의 중심지를 넘어 조선 시대부터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말플(말+플레이스)'이었습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60년 만에 찾아온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우리 곁에 숨겨진 말의 역사를 다시 꺼내 봅니다.



성동말.png ▲말의 머리를 닮은 성동구(AI제작) ⓒ 킹십리

오늘날 마장동은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물 시장으로 유명해 마치 '소의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조선 시대 국가의 전령을 전하던 파발마를 기르고 관리하던 핵심 기지였습니다.


한강변의 비옥한 벌판을 배경으로 제주에서 올라온 말들이 마장동 목장에서 힘차게 내달리며 조선의 엔진 역할을 했습니다. 이웃 광진구 자양동(紫陽洞)의 이름에 암컷을 뜻하는 '자(雌)'자가 쓰인 것이 암말 목장이었음을 나타내듯, 마장동은 '양마장(養馬場)'에서 그 지명이 유래했습니다.


이러한 말의 역사는 최근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송정동에서도 발견됩니다. 송정동은 조선 시대 수말을 기르던 목장인 '숫마장'이라 불리던 것이 점차 음이 변해 '솔마장(率馬場)'이 되었고, 이를 다시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울창한 소나무와 정자가 있는 곳이라는 뜻의 '송정(松亭)'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지금의 힙한 핫플레이스들은 과거 말들이 뛰놀던 거대한 에너지의 장이었던 셈입니다. 임금이 화살을 쏘았다는 설화로 유명한 살곶이벌(사근동 일대) 또한 실제로는 조선 최고의 국립 목장이자 군사 훈련장이었습니다. 성수동이라는 지명 역시 임금이 직접 말들의 위용을 살피던 '성덕정'에서 앞글자를 따왔을 만큼, 이곳은 말발굽 소리가 끊이지 않던 국가적 요충지였습니다.


말의 수호신에서 미래형 자동차로, 대를 잇는 모빌리티 성지

마조단터표지석.png ▲한양대학교 마조단터 표지석 ⓒ 성동구청

혹시 서울 도심에 말의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종로에 관우를 모시는 동묘가 있다면, 한양대학교 캠퍼스 안에는 말의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마조단(馬祖壇) 터가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 말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국가의 안녕을 상징하는 최고의 기동력이었습니다. 왕이 직접 제단을 찾아 말의 건강을 빌던 이 터 위로, 지금은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한양대 자동차 관련 학과와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600년 전 말의 기운을 빌리던 땅이 이제는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대를 이끄는 지식의 요람이 된 것입니다.


과거 왕십리 일대의 전관원이 파발마들이 숨을 고르던 역참으로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허브였다면, 오늘날 성동구에 IT 기업과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몰려드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뚝섬경마장이 시민의 안식처인 서울숲으로 변모하고 그 자리에 군마상이 우뚝 선 것 역시, 이 땅이 가진 질주 본능이 현대 도시의 창조적 에너지로 멋지게 승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붉은 말의 기운으로 다시 뛰는 2026년

서울 군마상.png ▲서울숲 군마상 ⓒ 사진제공(김재영)-서울의공원(서울시)

2026년 병오년은 태양 같은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입니다. 성수동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이처럼 600년을 이어온 묵직한 질주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딛고 서 있는 이 땅은 본래 멈춰 있기보다 앞을 향해 전력 질주하던 곳이었던 것입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의 삶도 살곶이벌을 내달리던 군마들처럼 거침없고 활기차길 기원합니다. 붉은 말의 영특함과 강인함이 여러분의 일상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2026 킹십리 '신년회'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