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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동윤 Dec 18. 2021





나는 운이 좋았지.


어제는 수십 권 쌓인  먼지를 어 읽었고 오늘은 아껴둔 영화를 찾아 넷플릭스를 튼다. 구름은 빠르게 흘렀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과제들에 표류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난다. 나는 믿는다. 매매일의 작은 보상이 모여  보상을 이룰 것이다. 책에서 이르길 작은 과제 달성시 내뿜는 도파민, 세로토닌이 건강한 활력 유지하는데 도움준단다. 그렇게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나는 건강하다.


종강 직전 새파란 아이들 모아놓고 선물이라며 감사하라던, 어느 교수님의 마지막 강의가 떠오른다. 하나 잘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라며. 좋아하는 일 찾아 시간 죽이는 바보들에 답답해하신다. 아이맥 화면으로 가르침 하사할 수 있는 왕관을 쓴 당신의 용안과 반발하는 두 학생이 보인다. 왕의 눈에는 두 바보의 혈기 어린 투정 정도일 것이다. 웹캠을 켜 또 한 명의 바보가 되어 동참하고 싶었다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 끄고 대본을 외웠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감사합니다, 하고 나갔다. 바보스런 행동이었다.


잘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 다르듯, 좋아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 다르다. 나는 꿈 속에 산다. 꿈 속에서 낸 성과는 언제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고 좌절을 크게 심는다. 어쩌다 꿈에서 깬 곰이 할 수 있는 일은 쑥과 마늘 입에 처넣으며 반성하기. 준비와 기다림 뿐이다.


곰으로 지낸 인고의 시간도 제법 흘렀다. 이곳에서는 구름이 보이지 않아 벽에 구름을 그려놓았다. 동굴 속에서 100일 훌쩍 넘긴 지금도 나는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약속의 하루는 간다.


꿈과 합리화 없이는 이어갈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래서 되뇌이지만 나는 운이 좋다. 좋아하는 것으로 결국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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