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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적인 염세주의자로 살아가기

03. 남의 눈치가 무슨 대수야

by Anavrin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은 사회생활이 즐거울까?

'ㅇㅇ씨는 진짜 센스있어' 'ㅇㅇ씨는 사회생활 참 잘해' 라는 말을 들으며 지내니

사회생활이 즐겁고 편할 것 같지만, 글쎄

사회생활에서 가장 살기 편한 사람은 눈치없는 사람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한사람 한사람의 낯빛이 어떻게 바뀌는지

내 행동과 말 한마디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원치 않아도 보게 된다.

어릴때부터 쟤는 참 눈치가 빤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한 사람으로서

눈치가 빠르다는 장점은 본인에겐 피곤함만을 안겨줄 뿐이고

사실 주변사람들이 좋은 장점이라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간사한지

열번을 잘 하다가 한번을 실수하면 그 실수가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럴바엔 나도 열번 잘 못하고 한번 잘할걸!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그렇지 않으니 그게 말처럼 쉽나

나도 눈치 없는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신경끄고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사는게 더 답답한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서 찾은 나만의 해결책은 남의 눈치를 보더라도

최대한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예전엔 눈치 자체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눈치란 여섯번째 감각같은 존재랄까

귀를 막아도 어렴풋이 소리가 들리고, 코를 막아도 완전히 냄새를 안 맡을수는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수 밖에

대신 다른 사람의 눈치에 의미를 두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저사람 나를 안 좋아하네? 하는 눈치를 채면 그래서 뭐 어쩌겠어 나도 너 싫어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지

예전에는 어쩔 줄 모르며 그 사람 눈에 들기위해 노력을했더란다.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데 이유 없듯이

이유없이 싫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걸 어떻게 고치겠어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꾸려 노력하니 눈치를 잘 보는 내 성격이 꽤 좋아졌다.

그전에는 쓸데없이 눈치만 좋아서 왜 위장병을 달고 사나 스스로에게 짜증도 많이 났었지만

이제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달까

이런 심적인 여유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는 일이 서글프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어른들이 항상 하시던 말 중에 '기술배워라'라는 말을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는데

저 '기술'이라는 두 글자에 포함되는 것들이 꽤 많다는 점에서 매우 합리적인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를 잘 보는것도 일종의 '기술'아닐까? 물론 배워서 되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쩌면 기술보다 더 어려운 특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특기를 살려서 인간관계를 더 잘 유지할 수 있다면 눈치 잘 보는 성격도 나쁘지만은 않다.

대신 계속해서 되뇌어야겠지 저 사람의 눈치는 나에게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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