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외로운 연애를 하는 것이 현명할까?
맨 처음 불과 같은 사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커다랗던 불은 사그라들고 숯과 같은 연애를 하게 된다.
이때 많은 연인들이 처음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가변성을 이야기하고,
우리들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지만
내 연애는 남들의 연애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인지라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즈음에 연인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바로 '외로움'이다.
분명 연애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느껴지는,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외로움이 내 마음을 휩쓸기 시작한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나는 한없이 우울하며 불행한 사람이 되며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유 없는 의심과 자신이 이런 마음을 가졌다는 죄책감 등이
과연 이 연애를 지속해야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런 연애를 지속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변은
스스로 찾는 수 밖에는 없다.
다만 그 답을 찾을 때 따져야 할 중요한 조건은
그 외로움이 과연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그 외로움의 정도나 극복하는 방식 등이 다를 뿐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단지 연애를 하면 잠시나마 그동안 비어 있던 마음이 가득 차오르며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의 충만은 일시적인 것일 뿐,
타오르던 불길이 사그라들면 다시 공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공허함의 원인을 연애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애초에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구멍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물론 상대방으로 인해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상대방의 마음이 변해 더 이상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때에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외로움을 문득 다시 느끼게 된 경우라면
연애를 지속하는 것이 맞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외로움보다 더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면
그런 연애는 지속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외로움을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나의 친구에게, 가족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들은 나의 속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나의 연인은 언제나 현실보다 못되고 잔인하기 때문에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연애는 나를 외로움으로부터 구원해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연애가 가지는 역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내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그것뿐이지 결코 나를 구원하고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연애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와 짐을 지우게 되면
더 이상 주체적인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만을 쫓다가 지쳐버리는 비참한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