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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vrin Jul 18. 2015

현명하게 사랑하기

01. 싸우지 않는 연애는 현명할까?

사람들은 모두 연애를 할 때 혼자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다. 

이 목표는 때로는 원대하기도 하고 굉장히 소박하기도 한데,     

나의 경우는 연애를 할 때 가장 큰 목표로 것은 바로   

'절대로 싸우지 않는 것' 이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다른 커플들이 싸우는 것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사랑하기에도 바쁜 시간인데 어째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걸까? 난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이 목표가 얼마나 원대하고 멍청한 것이었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한다.      

그런데 왜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게 되는 것일까??               

싸움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연인이라는 관계의 믿음을 깨버리는 아주 강렬한 행위로 인한   

싸움도 있을 수 있고,      

오늘 점심 메뉴를 무엇으로 정하는지와 같은 아주  가벼운 행위로도   

우리는 싸울 수 있다.                

혹자는 싸우는 이유에 대해 너무 사랑해서 싸운다고 하지만,      

나는 사랑해서 싸운다는 말은 그저   

싸움을 인정하지 않고 미화하려는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싸운다.      

정말 진심으로 방금 전까지 사랑하던 사람이    

꼴도 보기 싫어질 정도로 싸운다.      

그때 내가 느끼는 강렬한 감정은 진실로 증오이고   

너를 아끼기에 싸운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내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숨쉬는 것도 마음에 안든다는 표현을 했다.)              

현명하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명하게 싸워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싸워야만 현명하게 싸우는 것일까?               


현명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싸움을 인정해야만 한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나는 연애를 하면서 절대 결코 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나는 약 200일 정도 나의 연인과 단 한번도 싸우지 않았다.     

물론 몇 번의 의견 충돌이나 의견 조정이 있기는 했지만 단 한번도 싸운 적은 없었다.               

마지막 줄에 쓰여진 나의 말은 실제 나의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의견 충돌과 조정이 있기는 했지만 싸우지는 않았다.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나는 의식적으로 싸움을 하면 나의 연애가 망가진다고    

스스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날 것처럼 느껴지면   

일을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입을 다물었다. 정말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떻게든 싸움을 만들지 않기 위해 피하기만 하는 나의 모습은   

나의 연인으로 하여금 오해와 걱정과 그리고 온갖 막장 소설을 쓰기에    

완벽한 조건들을 제공해 주었다.      

내가 싸움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관계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었다.               

연애를 하면서 싸움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랑이라는 그 강렬한 감정의 에너지가    

살짝 방향을 틀어버리면 증오와 미움 같은 또 다른 강렬한 감정이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내 연애에 적용시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 연애는 다른 사람들의 흔하디 흔한 연애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연애는 다른 사람들이 싸우고 욕하는 것과는 달리   

너무나 아름답고 고귀하고 순수하며 열정적이고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나의 연애가 완벽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의 연애는 지속되지 못한다.     

완벽을 지향한다는 것은 얼핏 좋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조그마한 흠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싸움을 인정하라!     

싸움이라는 말 자체에는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있지 않다.     

서로 다른 존재가 부딪힌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부딪힘 속에서 서로 모난 부분을 깎아주고    

약한 부분을 감싸준다면   

싸움은 어쭙잖은 배려보다 더 강한 감정의 유대를 만들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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