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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vrin Oct 24. 2015

현명하게 사랑하기

06.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지치는 날이 온다.

그런 날엔 정말 사소한 이유에 울적해지고,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으며

모든 일들에 짜증 섞인 한숨이 나오는

그리고 그런 날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선 믿을 수 없는 사랑의 힘으로 나의 무거운 기운들을 모두 쫓아내 주겠지만,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 살고 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쉽게 마음이 풀어지거나 마냥 행복감에 젖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날일수록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감정들이 조그마한 일에도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지쳐있는 당사자라면,

일단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

'내가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있으며 도저히 내 힘으로 이 기분을 이겨낼 수가 없다.

이건 네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라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꼭 말해야 한다.

이 말은 내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말이다.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겐 큰 도움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그 상대방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며, 계속해서 눈치를 보게 되는 엄청난

감정의 소모를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런 말을 하는 것 마저도 짜증이 나서

그냥 알아서 내 기분을 체크해서 나를 건드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연인에게 바라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이며 예의를 갖추지 않은 행동이다.


사람들이 힘들 때 간과하는 사실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내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나의 허물을 다른 사람들보단 관대하게 받아 들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내가 그 사람을 막 대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나의 잘못을 이해해 준다는 그 전제에는

나에 대한 사랑이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이런 상황의 상대방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연인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늪에서 빠져 나와서

나를 불러주는 순간까지 혹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때까지 그저 묵묵히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을 정도로만

그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코 내가 쓸모가 없다거나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고 자책하지 않아야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혼자만의 고독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날이 오기에 마련이고,

이런 일들에 하나하나 상처받으며 나의 존재를 깎아내리기엔

세상이 그리 평탄한 곳은 아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아무런 말 없이 기다려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는 서로를 기다려 줄 여유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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