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avrin Jul 24. 2019

현명하게 사랑하기

07. 바쁜 연애를 현명하게 하는 법 - 바쁜 사람에게 바치는 변론

요즘 세상에선 바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죄악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일을 해결해나가는 동시에 연애에 신경을 쏟으려 노력하는데,

결국 이도 저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바쁠 때 연애가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사람이 바빠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부족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음의 여유 또한 빠르게 타들어가며

신체적인 피로까지 쌓이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글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여기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바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상대방의 태도나 감정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촉'도 그 예민한 감각의 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상대방의 나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 정도는

메신저의 답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아차린다. 

사실 우리의 연애는 걸림돌이 된 적이 없다.

왜냐면 연애 자체는 달라진 점이 없다. 

연애를 번거롭게 느끼는 스스로가 있을 뿐 

우리가 상대방에게 느꼈던 세심함과 배려가 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에 불과하다.


연애의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해도 무슨 행동을 해도

심지어 날 위해 무엇을 포기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말라버린 우물과 같은 상태로는 

연애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피로감과 의무감만으로 다가 올뿐이다.


상황을 더 최악으로 설정하자면

나는 바쁜데 내 상대방이 바쁘지 않은 경우를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더 잦다(!)

서로 바쁜 시기에는 일종의 전우애라도 피어나 서로를 멀리서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삶에 허덕대는 나와 그렇지 않은 상대방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연애를 지속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자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내 의견부터 말하자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사실 바쁘지 않고 정신이 있고 인내심이 넘쳐나는 순간엔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했던가?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방에게 얼마큼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가 아니다

8시간을 함께 붙어있더라도 마음속으로 그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고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 고작 8분을 함께 있는 것 보다도 의미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내가 바쁘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선 긍정적인 신호이다. 내 능력이 더 발전할 수도 있고, 돈을 더 많이 벌게 될 수도, 내 꿈을 실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회가 왔는데 왜 슬퍼하며 연인과 헤어져야 하겠는가


연애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혼이 아니다. 

연애는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방식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더욱더 연인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어떤 식으로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매일 15시간을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연인에게 내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어떤 식으로 함께 극복해야 하는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수면시간을 30분 줄여 너를 만나겠다거나

매일 전화를 1분이라도 하겠다거나 

밥을 먹는 시간에 문자를 하겠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듯한 태도로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고 신경 쓰는 척을 한다면 상대방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당신의 변화를 눈치챌 것이다.


물론 내가 진심을 다해 합의점을 도출하려 하지만 

그 노력을 무시하는 상대방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엔 정말 이 연애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이라 생각하자

누군가 바람을 피웠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사건을 맞이하지 않고도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알아보는 시간이 생긴 셈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들에게 이 변론을 바친다 

바쁜 것은 잘못이 아니다 바쁨을 이유로 상대방을 등한시하는 사람이 잘못일 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