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캥효캥 프롤로그
책상에 앉아 보내는 시간을 낸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사는 2주 만에 얼추 마무리가 되어간다.
한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만든다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니.
엄마랑 아빠는 대체 어떻게 둘의 공간도 아닌 네 사람의 공간을 만들어 유지하셨던 걸까?
일 인분을 하는 삶조차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온 나에겐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다.
다 커서 돌아온 고향은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공간이었다.
처음 보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와 있거나, 고등학교 때 자주 가던 돈까스집이 아직도 남아있는 시내 상점가를 돌아다니다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 12월 초까지도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부딪히다 새벽 1시 넘은 시간에 N버스(야간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던 내가 이제 밤 10시가 넘으면 버스는 말할 것도 없고 택시조차 잡기 힘든 곳에 살게 되다니.
요즘 유행하는 회귀, 빙의, 환생 클리셰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마치 연어와 같은 삶이네. 내가 나고 자란 땅에 되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본격 캥거루의 삶 시작이다. 아니지 효도하는 캥거루의 삶을 살아갈 예정이다.
PS.
캥거루가 되니 좋은 점은 그때그때 제철에 맞는 재료로 만든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무쳐 준 봄동에 사흘째 밥을 먹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