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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Oct 24. 2023

서평〈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2020

Overview

쉽고 편안한 뇌과학 강의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저자가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짧은 강의 형식으로 엮어낸 책이다. 여러 연구와 통찰을 통해 뇌의 기능과 목적에 대해 이해하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인 저자가 대중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쉬우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쓴 이러한 형식의 책은, 친절한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지식의 창고를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읽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는 책이다.


한 신경과학자가 우리 뇌에 관해 어떤 점이 그토록 흥미롭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두 귀 사이에 있는 3파운드(1.36킬로그램) 짜리 덩어리가 어떻게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또는 어떤 인간이기를 원하는지에 관해 생각하도록 권유할 것이다.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Lisa Feldman Barrett 저 | 2020년 | 변지영 역/정재승 감수

½강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1강 뇌는 하나다, 삼위일체의 뇌는 버려라
2강 뇌는 ‘네트워크’다
3강 어린 뇌는 스스로 세계와 연결한다
4강 뇌는 당신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
5강 당신의 뇌는 보이지 않게 다른 뇌와 함께 움직인다
6강 인간의 뇌는 다양한 종류의 마음을 만든다
7강 인간의 뇌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현대 뇌과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

뇌과학은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존재와 우리의 행동, 생각, 감정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대 뇌과학이 밝혀낸 뇌의 목적은 생각이 아니라 신체예산 관리이며, 이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끌어낸다. 책의 구성이 짧은 강의 형식인 만큼 각 강의의 제목이 내용을 대표한다. 좋은 책 소개 영상이 있어 아래에 첨부해 보았다.


캄브리아기 바다 밑에서 일어난 일 [북툰 과학다큐], 북툰


옛날옛적에 당신은 바다에 떠다니는 하나의 막대기에 달린 작은 위장이었다. 당신은 조금씩 진화했다. 감각계를 갖춰나가면서 당신은 자신보다 더 큰 세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은 그 세계에서 효율적으로 헤엄쳐나가기 위해 신체 시스템들을 발달시켰다. 그리고 당신은 신체예산을 운영하는 뇌를 발달시켰다. 당신은 다른 몸의 뇌들과 함께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당신은 물 밖으로 기어 나와 육지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시행착오에서 비롯되는 혁신과 어마어마하게 많은 동물의 죽음으로 점철된 진화적 시간을 거쳐 마침내 인간의 뇌를 갖게 되었다.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지만 동시에 이토록 자신을 심각하게 오해하는 그런 뇌 말이다.



Content

책 속으로 - 뇌는 신체예산 관리를 위해 진화했다

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생각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 뇌의 본질적인 목적은 신체예산 관리이며, 에너지의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즉, 뇌는 우리의 신체적·감정적·사회적 환경을 모두 고려하여 에너지 사용을 위해 계속해서 판단하고 조절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감정·행동·생각은 모두 이러한 에너지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왜 뇌는 당신의 뇌처럼 진화했는가? 이는 사실 대답하기 불가능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진화는 목적을 갖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화에는 ‘왜’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당신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는 말할 수 있다. 뇌의 핵심 임무는 이성이 아니다. 감정도 아니다. 상상도 아니다. 창의성이나 공감도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이다.


책 속으로 - 뇌는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한다

우리 뇌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의 패턴을 빠르게 학습하고 그를 바탕으로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것은 우리의 생존과 적응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 기능이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신발끈을 묶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오늘 충분히 연습해서 익힌 행동을 내일 자동으로 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 행동이 자동화된 것은 당신의 뇌가 갖가지 행동을 개시하는 각기 다른 예측을 하도록 스스로 세부조정하고 가지치기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당신 자신과 당신 주변의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한 형태다. 아니면 최소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책 속으로 - 인간의 뇌는 서로를 연결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의 뇌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과 유지에 큰 의미를 둔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이는 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생존 전략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인간의 뇌는 다른 사람의 의도와 감정을 파악하는 데 특화된 영역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것은 아주 실질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뇌의 배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기들과 우리 자신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책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또는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타인들에게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좋든 싫든 우리는 자신의 행동과 말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뇌와 몸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들도 우리에게 뭔가를 돌려주고 있다.



Reflection

뇌과학과 딥러닝 - 대규모 데이터

딥러닝은 인간 뇌의 원리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인공지능 학습 방법론이다. 특히 최신 대형 언어 모델(LLM)은 대규모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 인공지능의 성능이 대규모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부분은 뇌의 패턴 학습 및 예측 메커니즘과 유사한 점이 있는데, 대규모의 데이터(패턴) 학습이 인공지능의 높은 성능(예측)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뇌과학과 딥러닝 - 네트워크 조정

뇌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예측과 반응을 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는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정되고 발전하며, 세부조정과 가지치기 과정을 통해 뇌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딥러닝에서도 모델이 스스로 학습하고 네트워크를 조정하며,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때 기존의 정보를 잊어버리는 파괴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위한 기술(PEFT)을 사용하여 최적화할 수 있으며, 이는 뇌의 세부조정 메커니즘과도 비슷 보인다.


간결한 정보의 함정과 학습의 깊이

스마트폰 시대의 우리는 요약된 정보나 짧은 키워드에 익숙하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핵심 정보의 요약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간결한 정보만의 학습은 분명 한계가 있다. 뇌과학이 밝혀낸 뇌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패턴의 학습과 예측이다. 패턴의 학습은 단순히 요약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뇌는 다양한 경험과 반복을 통해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통해 상황을 예측한다. 이 원리는 뇌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딥러닝 모델에서도 확인되며, 가공되어 요약된 핵심 데이터보다 대규모의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시킬 때 인공지능의 성능은 크게 향상된다.


책 너머로

어떠한 핵심 개념이나 중요한 내용이라도 요약되어 쉽게 이해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배움의 단계에서 서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학습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정보를 단순히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은 종종 학습의 깊이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은 마치 뇌의 할당된 공간(Container)에 정보를 기록하고, 규격화된 통로(I/O Port)를 통해 소통하게 만들어, 기존의 지식과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결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패턴 학습, 자동 조정, 그리고 예측은 뇌의 핵심 기능으로 양질의 정보를 필요로 며, 정보의 요약과 단순화는 뇌의 기본 기능을 방해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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