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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Nov 24. 2020

우리는 돌고 돌아 언젠가 만났을 인연-핀란드 헬싱키공항

그런 인연들이 있다. 언젠가는 필히 만났을 인연.

그런 인연들이 있다. 

언젠가는 필히 만났을 인연.

그런 사람을 2019년 2월 28일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환승 절차를 밟을 때 만난 수지 언니가 그랬다.



우연히 내 뒤에 줄 섰던 언니는 친근하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여기 줄 서는 거 맞아요?", "독일 어느 지역으로 교환학생 가요?" 등.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는 경유 3시간 동안 카페에서 이어졌다.

그때 막 영상을 찍기 시작했던 나의 카메라에 등장도 해주고,

원래 알던 사이 마냥 바로 말을 놓고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언니와는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있었다.

비록 기차로 6시간쯤 걸리는 거리가 우리의 중간에 놓여있었지만.


"다음에 꼭 또 보자."라는 말을 끝으로 우린 각자의 비행기로 헤어졌다.

그 후 늦은 저녁 프랑크푸르트 호텔에 도착해 기절하듯 잠들고

며칠이 흐르고 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유난히 외롭던 시간이었다.




4일 동안 잠시 묵는 호텔의 조명은 너무 어두운 오렌지 불빛이었고,

날씨는 우중충, 바깥에 나가기엔 낯설고 무서운 것 투성이었다.

몰려오는 외로움에 문자를 주고받던 언니에게 영상통화를 건 것이다.

사실 친한 친구들과도 자주 하지 않는 영상통화였는데

언니는 아는 사람 중 거의 유일하게 나와 시차가 같고,

이제 막 독일에 도착한 교환학생이라는 상황이 같았다.


이토록 비슷한 상황과 서로 금방 친해진 덕에

내일이라도 만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학기 중에 독일 북부까지 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마침내 6개월쯤 지나,

한국에 돌아가기 전 마음먹고 언니가 있는 함부르크로 혼자 출발했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처럼, 혼자 그렇게 먼 길을 나섰다.

한참을 기차를 타고 언니를 만났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하지만 두 번째 만난 언니는 여전히 친근했다.

이틀 동안 우리는 함께 함부르크 곳곳을 거닐었고, 하루는 유람선을 탔다.

우리의 예상보다 꽤 오래 운항하는 선박 덕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동안의 일들, 앞으로의 계획들을 이야기하던 중

우연히 언니의 대학교 이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원래 상대방의 대학에 대해 먼저 묻지 않기에 6개월 동안 몰랐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처음 만난 날 언니가 말해줬는데 앞서 말한 성격 때문에

듣고 곧바로 머리에서 지워버린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언니의 학교는 내가 함께 교환학생을 보낸 두 명의 친구와 같은 곳이었다.

심지어 안면이 있는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는 우연히 서로의 존재를,

두 번째 만남에선 우연히 서로 닿아있는 인연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귀국해 정신없이 일상을 살아냈다.

그러는 동안 만나지 못한 것이 일 년이 넘었을 때쯤

난 또다시 우연히 우리의 세 번째 접점을 찾게 되었다.


이전에 대외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가 속한 댄스팀 SNS 계정을 수지 언니가 팔로우하고 있던 것이다.

깜짝 놀라 언니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고,

언니는 나와 같은 언니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팀원과 아는 사이라 답했다.

이렇게 자꾸만 우리의 삶의 영역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겹쳐왔다.


놀라서 벙쪄있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핀란드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도 살면서 언젠가는 한 번 부딪혔겠구나.'

아니 어쩌면 이리 접점이 많아도 언니가 공항에서

먼저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르는 사이였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참, 신기하고 기뻤다.

언니처럼 다정한 사람이 나와 인연이라는 것이.

우리는 돌고 돌아 언젠가 만났을 인연이라는 것이.



ⓒ 다제로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azero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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