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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Nov 24. 2020

Can’t help falling in love-런던

런던 그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노래.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that day in London>


때때로 집중할 때 올드팝을 듣기 좋아해, 

늦은 밤 책을 읽으며 Old pop 플레이 리스트를 눌렀다.



“Take my hand, take my whole life too for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노랫말이 느리게 느리게 흘러나오자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과, 

런던 지하철 역에서 들었던 순간이 선명히 떠올랐다. 


중3 때쯤 방학을 맞은 어린 나는 햇살이 잘 들어오던 오후에 

거실에서 영어 라디오를 틀어 두고 트램펄린을 폴짝폴짝 뛰었다.

영어에 관심이 생겨 재밌게 공부해보려고 종종 들었던 라디오였다.

당시엔 아마 커버곡이었는지 여성 보컬이 빠른 템포로 노래를 불렀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Can’t help ~ing”의 의미가 

“~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것을 팝송으로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땐 라디오를 자주 들었는데, 잠들락 말락 할 때 

소파에 누워 좋아했던 가수가 임시 DJ를 맡은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곤 했다. 

문자도 보내고, 잠도 참아가며 씰룩씰룩 입꼬리를 움직였다.

돌이켜보니 그게 바로 <라디오 감성>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엔 당연히 몰랐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고 있었는데 

역사에서 버스킹을 하는 분이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부르자 

우리 반대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미리 연습을 한 것처럼 모두가 입을 모아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에스컬레이터가 그들과 우리의 몸을 한 점에 모은 그 순간엔 

선율이 전율이 되어 소름 돋는 명장면이 연출되었다. 

지쳤던 하루였는데 이내 행복감이 온몸을 뒤덮는 기분이었다.


찰나에 스치며 본 그들의 얼굴엔 장난기와 미소가 듬뿍 묻어 있었고

그 얼굴들을 보며 나 역시 노래를 따라 부르며 그 순간의 장면을

머릿속에 필름으로 남겼다. 

버스커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졌을 때까지

같은 멜로디를 콧노래로 계속 반복하여 흥얼거렸던 밤이었다.


Elvis Presley의 목소리가 머릿속 <런던 여행> 서랍에 있던 필름을 꺼내 

재생시켜주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다녀갔던 그 공간, 시간, 순간이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아 있음에 감사해진다.

이러니 여행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2020.04.0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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