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처음으로 가득했던 날.
약 한달간의 유럽여행이 끝나가는 시점이기도 했다.
무언가 여행이 끝나더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자 다짐했고,
그래서 우리는 노을이 지는 바다를 헤엄치기로 했다.
처음으로 노을을 보며 바다에 몸을 담궜다.
그 시간에 배에 타 있던 적은 있는데,
직접 물에 들어간 건 처음이라 새롭고 즐거웠다.
그리고 우리는 집까찌 15분 걸리는 거리를
수영복 위에 수건 한 장 걸치고 돌아갔다.
입고 온 원피스를 비키니 위에 걸치면 젖을 게 뻔했고,
당장 내일 떠나는데 마르지 않은 옷을 담기 싫었기 때문이다.
수건을 어깨에 둘렀지만 몸을 모두 가리기엔 부족했다.
결국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도로, 인도 한복판을
수영복만 입은 채로 돌아다녔다.
부끄러웠고, 이상한 사람이 추파를 던지며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뭐 어쩔 수 있나.
우리는 일부로 더 당당해지도록 주문을 외웠다.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낮에 더우면 웃통 벗고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이게 왜 부끄러워? 다 가렸는데 뭐!"
말과 달리 다리는 후다닥 잰걸음으로 집으로 달려갔다.
막상 집에 도착해보니 참 별 거 아니었다 싶었지만
모두가 옷을 입고 다니는, 그리고 모든 관광객이
몰리는 곳을 수영복만 입고 다녔다는 게 정말 민망했다.
이렇게 처음으로 가득했던 하루가 저물었다.
새롭고, 그래서 짜릿했다.
이것도 나름 여행이었기에 할 수 있는 도전이었겠지.
지나고 보면 아직도 볼이 빨개지지만, 웃음이 새어나오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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