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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Feb 08. 2021

ep.7 8년의 시간이 물든 너로부터 온 편지(2)

분홍색 바탕에 꽃이 그려진 편지지를 좋아하는 너에게.

이번 에피소드부터 앞으로 10번 정도 '차곡히 쌓여간 이름들'에 대해 기록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생일 또는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을 위해서 여러 차례 편지를 써준, 

그래서 제 편지함에 쌓인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글을 써봅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이 되어 처음 만난 A의 편지입니다.




A의 편지를 몇 차례 받은 뒤 모아 두고 보니 편지지가 한결같아서 편지함 속 많은 것들 중 바로 A의 편지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분홍색 바탕에 아기자기한 꽃들이 그려져 있는 편지지다. 아, 때때로 꽃이랑 같이 귀여운 새도 그려져 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A는 애정을 말투로 잘 표현하는 친구인데, 그런 성격이 이런 곳에도 묻어나오나 싶어 작게 웃었다. 


가장 최근에 A의 편지를 받은 건 나의 스물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서였다. 사실 생일 당일에 친구들을 보고 싶었지만, 시험기간과 (나의 생일의 꽃말은 2학기 '중간고사'다. - ep.4 참고) 이런저런 것들로 바쁘다며 그날은 안 된다고 계속 거절을 당한 터라 속이 상해도 정말 상해있었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을 풀고 싶어서 셀프로 생일 파티 계획을 세웠고 합정동 작은 카페를 대여해 친구들과 모였다.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축하자리를 직접 준비한다는 점에서 친구들에게 속상한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컨디션은 최악이었던 날이다. 준비해준 케익도, 야식도 못 먹고 친구들은 곱창을 먹을 때 옆에서 죽을 먹어야 할 정도였다.

이렇게 다시 그날을 되짚어보니 또 속상함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웃으면서 기분 좋게 그 자리를 마무리했던 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모여준 게 고마워서였다. 그리고 나를 생각하고, 나의 취향에 대해 고민하며 골랐을 선물과 편지가 고마웠다.


'To. 울 임다용~~❤︎


너의 24번째 생일을 진짜 진짜 축하해❤︎ 우리가 이제 곧 25살이라니... 믿기니... ㅠㅠ (...) 생각해보면 벌써 고1부터 우리 8년 지기 친구야! 그만큼 너랑 좋은 추억들도 많이 쌓았다.ㅎㅎ 특히 고3 때부터 급격히 친해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잘 만나고 소중한 친구가 된 게 너무 좋다❤︎ 우리 나중에 지금보다 더 바빠지더라도 틈틈이 시간 될 때 꼭 얼굴 보면서 지내기야~~ 앞으로도 우리 할머니 될 때까지 좋은 추억 많이 쌓아가고 서로 힘이 되는 친구가 돼주자.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내 친구가 되어주고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내가 진짜 아끼고 사랑한드아❤︎


From. 너의 친구 A'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 같지만 곱씹어 읽어보면, 정말 아끼는 친구에게도 부끄러워서 하기 망설이는 말들이 한가득 적혀있어서 참 고마운 내용이었다. 올해에도 '우리가 벌써 26살이라니 믿기니...'라는 말과 '그래도 할머니 될 때까지 친구 하자'라는 말이 여전히 적히기를 바라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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