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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Feb 05. 2021

ep.6 8년의 시간이 물든 너로부터 온 편지(1)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로를 좋아하게 된 우리들.

이번 에피소드부터 앞으로 10번 정도 '차곡히 쌓여간 이름들'에 대해 기록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생일 또는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을 위해서 여러 차례 편지를 써준, 

그래서 제 편지함에 쌓인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글을 써봅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이 되어 처음 만난 A의 편지입니다.




A와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만났다. 1학년 7반으로 배정받은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은 무리에 속하게 되었고 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우리 사이도 가까워졌다. 사실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그 당시의 우리는 서로의 입시 방향이 달랐고, 반이 달랐고, 겹치는 시간이 달랐기에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다른 친구 두 명이 재수를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줄었고, 그들과 달리 대학 입학 시기가 같고 그래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자주 겹치던 나와 A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수원에 있는 대학을 다니던 A는 우리 학교 수원캠퍼스에서 나와 함께 축제에 가기도, 취한 상태로 파주까지 같이 광역버스를 타고 오기도, 처음으로 같이 낮 맥주를 마셔보기도, 나의 지인들과 일산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나열하니까 술만 마신 것 같은데 사실은...맞는 것 같다.) 


이렇게 가까워진 우리는 매번 '호호 할머니'될 때까지 함께하자 말했다. 그동안 왜 친해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 후 나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A는 손편지를 써주었다. 17살, 그때는 예의상 급하게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던 애정 없는 우리였는데 이제는 정성을 눌러 담아 편지를 써주는 우리가 되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새삼 우리에게 참 많은 시간이 흘러왔고, 그 틈에 정말 가까워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To. 다용❤︎


울 따용이 오늘 생일 진심으로 너무너무 축하해~~❤︎ 너 생일을 같이 보낼 수 있게 돼서 되게 행복하네 ㅎㅎ 우리 고1 같은 반일 땐 엄청 친하진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고 손에 꼽는 친한 친구가 되어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 우리 그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진짜 많은 추억을 쌓은 거 같아. 나랑 소중한 기억들 같이 쌓아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쭉 부탁할게. 너랑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 여행도 또 가고 싶도 차근차근 지금처럼만 계속 추억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할머니 돼 있겠다 ㅋㅋㅋ 할머니 돼서도 힐링여행 떠나자~ 

(...)

우리 앞으로 서로 바빠질 수도 있겠지만 시간 틈내서 잠깐이라도 얼굴 보고 하는 거당! 나한테 우리 소중한 다영이가 있어서 너무 든든해. 23번째 생일 다시 한번 너무너무 축하하고 사랑해용❤︎


2019.10.26 토요일'


편지만 읽어도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말투를 가진 A의 생일 축하.

무뚝뚝하던 내게서도 이제는 얼추 그런 모습이 간간히 비치는데, 떠올려보면 그건 모두 8년의 우리의 시간이 스며든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편지를 꺼내 읽을 때마다 내가 바라는 건, 매년 너의 작은 마음이 오래오래 나의 편지함에 쌓여갔으면 좋겠다는 것. 그거 하나.



p.s. 

처음엔 발견 못했는데 A의 편지를 모아 두고 보니, 늘 나를 '다용❤︎'이라고 부르는 말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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