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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Feb 01. 2021

ep.5 대학생활 5년을 함께한 너로부터 온 편지(5)

H가 작년에 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이번 에피소드부터 앞으로 10번 정도 '차곡히 쌓여간 이름들'에 대해 기록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생일 또는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을 위해서 여러 차례 편지를 써준, 

그래서 제 편지함에 쌓인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글을 써봅니다.


그 첫 이야기는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5년의 시간을 늘 함께한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로 시작합니다.




H와의 편지는 오늘을 기준으로 2020년 11월이 마지막이다. 

작년에 우리는 코로나 이후 등교를 하지 못한 이후로 여름에 한 번 수원에서, 초겨울에 한 번 파주에서 만났는데 이 편지를 받은 날은 두 번째 만남이었다. 4학년이 되고 졸업하기 전에 서로의 동네에 놀러가자는 약속을 지키는 귀여운 우리들이었다.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서 서로 집에 가려면 2-3시간이 걸리는데도 우리는 싫은 내색없이 그렇게 만나왔다. 


2020년 십일월은 작년 이맘때 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쓴 ep.4에 나오는 시기와 비슷한 때였다. 달라진 것은 화상강의로 통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조금 더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 정도였다. 아, 학교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운좋게 당첨된 파주의 좋은 펜션에서 머물렀다는 점도 특별했다. 저녁을 먹고 H는 몰래 준비한 작은 케이크와 선물을 꺼내 깜짝놀라게 해주었다. 생각도 못한 것이었기에 고마웠고, 세심하게 나의 취향을 알아주고, 이에 맞는 선물을 시간을 써서 골랐다는 게 참 감동이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선물에는 H의 편지도 포함이었다. 


'To. 다영


다영아 너의 생일을 맞아 너에게 편지를 쓰게됐어. 우리 처음 만났던 스무살때부터 너는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종종 응원의 편지를 써주었어. 원래도 손편지를 좋아했지만 막상 쓰려면 귀찮아서 잘 안 썼는데... 너 덕분에 손편지를 쓰는 게 익숙해지는 좋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예전부터 넌 항상 배울 점이 많은, 멋있고 든든한 친구였어. 학교 생활, 대외활동, 교환학생 등 성인이 되고 처음 해보는 것들을 너와 함께 하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 같이 이것저것 하면서 좋은 결과에 함께 기뻐했던 것도 생각나고, 내가 실수한 것이 생각나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제 때 표현 잘 못한 것 같고... 편지로나마 전하지만 넌 나에게 정말 고마운 친구야! 앞으로도 함께 발전하면서 멋진 어른이 되자! 항상 도전하는 너의 모습이 멋있어.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생일축하해 ❤︎'


4x3 규격의 엽서를 좋아하는 H답게 이번에도 같은 규격의 편지였다. 그런 여전한 모습이 귀여워 웃다가 이전보다 빼곡하고 작게 쓰여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내용도, 오밀조밀하게 쓰여진 글자들도 밀도가 높아진 우리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 같아 괜스레 울컥하기도 했다. 

못난 모습이 많은, 빈틈이 많은 나에 대해 잘 알면서도 4x3 엽서에 빈틈없이 나에 대한 좋은 말을 가득 눌러썼다는 것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그동안 우리에게 참 많은 시간이 지나갔구나,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모난 모습을 보인 적도 참 많았지만 부딪히고 부딪히며 서로 둥그렇게 모양이 잡혀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짧을수도 혹은 길수도 있는 시간.

'대학생활'이라는 나의 시계에는 H에 대한 흔적이 잔뜩 묻어있고 

너의 시계에는 나에 대한 기록이 진득히 붙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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