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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Feb 01. 2021

ep.4 대학생활 5년을 함께한 너로부터 온 편지(4)

독일에서 한국으로, 꿈같던 시간에서 일상으로.

이번 에피소드부터 앞으로 10번 정도 '차곡히 쌓여간 이름들'에 대해 기록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생일 또는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을 위해서 여러 차례 편지를 써준, 

그래서 제 편지함에 쌓인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글을 써봅니다.


그 첫 이야기는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5년의 시간을 늘 함께한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로 시작합니다.




H로부터의 세 번째 편지 이후 우리는 독일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년 6개월 만에 돌아온 본교였다. 두 학기는 휴학생으로 보냈고, 나머지 한 학기는 교환학생으로 지냈다. 그렇게 오랜만에 돌아가는 본교였기에 설레는 마음과, 같이 다니던 선배들과 동기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안고 우리는 함께 새 학기를 맞았다. 


2019년 10월. 3학년 2학기였다. 

시월의 꽃말은 축제, 나의 생일, 그리고 중간고사이다. 한꺼번에 몰아닥친 시월의 행사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수업이 한 두 개 정도 겹쳤던 우리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 수업 후 동아리 방에서 종종 저녁을 먹었다. 이전과 달라진 우리였다. 1, 2학년 때는 수업이 안 겹치면 애써 만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자연스레 생활패턴도 비슷해졌고 애써 시간을 맞추며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당시 배달 어플을 많이 사용해서 매달 VIP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우리는 매일같이 함께 식사 메뉴를 골랐고, 밥을 먹었고, 추억을 나눴고, 공부를 하며 새로운 학기를 무탈하게 보내고 있었다.


특히 3-2학기부터 학교 독서실을 이용하게 된 우리는 바로 옆자리에 앉았기에 마주치는 일이 더 잦아졌다. 그 당시 나는 공부와 공모전 등으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학교와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본가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에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독서실 마감 시간 11시까지 학교에 머물곤 했다. 분주함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었고, 그런 것에 우린 덤덤해져 있었다. 


그렇게 한 차례의 관문이었던 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마지막 시험을 같은 과목으로 치른 우리는 후련한 마음으로 시험장에서 나와 예쁘게 지는 해를 보며 외쳤다. "와 드디어 끝이다!"

그 후 H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한 통 건넸다. H의 취향이 묻어 나오는 엽서에 쓰인 편지였다. 


'다영이에게


생일편지를 쓴다는 게 시험기간이 겹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좀 늦었네. 생일은 재미있게 보냈어? 1년 6개월 만에 학교에 돌아와 공모전이며 시험공부며 다시 일상으로 적응하려니 힘들지 나는 그래... 지난 같이했던 휴학과 교환학생 때가 그리워.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그래도 너와 함께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네가 곁에 있어줘서 힘이 되고 외롭지 않았어.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네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생각한 길이 다르니까 앞으로 만날 기회가 적어질 거야. 다 미래를 위한 발전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작년에 파주와 수원에서부터 와서 만난 것처럼, 각자의 길이 다르더라도 잊지 않고 그때처럼 만나자. 남은 3-2도 즐거운 일, 힘든 일 함께하고 헤쳐나가자.'


이제와 다시 이 편지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생각보다 당시에 네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많이 지친 상태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내가 언젠가 '우리가 생각한 길이 다르다.'라고 말을 한 건지 '생각한 길이 다르니까 앞으로 만날 기회가 적어질 거야.'라고 한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말을 덤덤하게 전하는 2019년의 네가 너무나 안쓰러워지는 건 2021년에도 여전하다. 


이 편지를 받은 지 벌써 1년하고도 6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왜냐면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당연한 우리의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늘, 대학생활을 떠올리면 서로가 있어 다행이었다고 생각할 거기 때문이다. H가 쓴 내용처럼 '앞으로도 즐거운 일, 힘든 일 함께하고 헤쳐나'갈 수 있기를 오늘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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