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양가감정 속에서 챙겨야 할 것은 나의 마음이었다.

by 감성부산댁

어제, 오랜만에 상담을 다녀왔다.

상담 선생님과 각자의 근황을 물으며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어제 상담을 간 이유는 아버지와 나 사이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아버지가 많이 안 좋으시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신다.

그동안 힘들었던 감정, 특히 어머니에 대한 원망의 내용을 자식들에게 토로하신다.

가끔 보내시는 카톡의 내용을 보면 섬뜩하다.

정제되지 않은 글을 통해 쌓여있던 분노와 서러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 아버지도 내게는 뭔가 인정을 바라고,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듯하다.

아내는 단번에 이를 눈치채고, 정기적으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

아버지를 잘 챙겨드리자는 말이다.

K-장녀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 같다.


그런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도 K-장남인데 장남의 본성을 죽이고 싶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나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내 본심은 더 이상 뵙고 싶지 않다.

이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 상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께서는 우선 나의 마음이 어떤지를 물으셨다.

나는 양가감정이 있음을 인정했고, 장남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지만 아버지 앞에 서면 작아지는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본심은 아버지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가운데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한 마디가 있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모두 받아들이고, 내 마음이 편해지는 그때 식사 자리를 가지세요!"


나는 그래도 자식으로서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말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거친 바람보다 따뜻한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제 상담을 받으면서 얼었던 마음이 풀리는 거 같다.

상담 말미에 선생님께 제 마음을 인정하고 풀릴 때 먼저 아버지께 식사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내 옆에서 우리 가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계 개선에 애쓰는 아내를 위해 변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때로는 나보다 상대방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지나침 이타심에 지배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뒷전으로 밀어낸다면 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든 나의 마음에 먼저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챙겨야 다른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를 먼저 알아줘야 타인의 마음도 읽을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은 여러분의 마음을 알고 있는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 오래된 친구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