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작은 공포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by 감성부산댁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I learned that courage was not the absence of fear, but the triumph over it.)

- 넬슨 만델라 -


어제 가족과 여수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연초에 발급받았던 케이블카 할인 티켓이 있어서 삼일절에 사용하기로 약속했는데 그걸 지키고자 왔다.

보통 우리는 여수로 여행을 오면 일박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아침 일찍 나와 이른 점심을 먹고, RC카와 드론 날리기 체험존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좋아하는 기상 과학관에 간 후 저녁을 먹고 하이라이트인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

여수의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잘못하면 귀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늘 여행의 주된 목적인 만큼 계획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의 고소공포증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높은 곳에만 가면 무섭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두려우며 높은 전망대에 오른 것도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왠지 갑자기 떨어질 거 같은 불안함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아들과 여행을 오기 전 케이블카에서 눈을 감지 않기로 약속했다.

여수 밤바다를 보는 일인 만큼 가족과 함께 밤바다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실망을 시키고 싶지 않은 만큼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소공포증은 나를 지배했고, 왕복 운행의 첫 번째 시간에는 완전히 눈을 감아버렸다.

잔뜩 겁에 질려 소리까지 질렀다.

아내와 아들은 그저 재밌다며 놀려대기 급급했지만 나는 무서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중간 기착지에서 내려 심기일전하고 돌아가는 케이블카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눈을 떠보았다.

떠보니 너무나도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때마침 바다 위에서는 선상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여수의 야경이 펼쳐진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내가 눈을 뜰 수 있었던 건 가족들의 격려와 아들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나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나는 작은 공포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극복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들과 아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것을 단번에 없애겠다고 다짐하지만, 사실 공포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완전히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도망치지 않고 한 번이라도 마주해 보려는 마음, 떨리는 손으로라도 눈을 떠보려는 용기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 순간엔 곁에서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는 우리를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준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공포를 조금씩 낮추고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니 지금 두려움 앞에 서 있다면, 이미 당신은 잘해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완벽한 극복이 아니어도 괜찮다.

눈을 감고 있던 시간도, 결국 다시 떠본 그 순간도 모두 우리의 성장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격려 속에서 오늘 나는 작은 공포를 넘어섰고, 그 자리에 잊지 못할 추억을 담았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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