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스 Aug 29. 2022

#5. 죽은 엄마의 집

과학수사대 차에 오른다


전화를 끊고 영안실로 돌아왔다.

마침 과학수사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나왔고,  다시 영안 실안으로 들어가려는 세 자매의 상체가 들썩였다.

이때 한 남자가 막아섰다. 청바지 차림에 피곤해 보이는 남자는 붉게 충혈된 눈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들고 단호하게 말하려는 듯 한마디 한마디를 끊어 말했다. 마포경찰서에서 나온 000 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마치 이제 막 글자를 배우는 세 살배기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아. 무. 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왜?

왜요 우리 엄만데?

왜 못 들어가요?

다시 엄마 봐야 하는데요!!

엄마한테 인사 제대로 못했는데...

엄마,, 엄마

어흑

아...

씨..

놔..


영안실이 있는 지하 복도에서는 한숨 같은 소리들이 두서없이 울리고 있었다. 흐느낌인지 중얼거림인지 모를 말들을 머금고 우리는 그곳에서 나왔다. 어떻게 걸어 나왔는지 어디를 통해 올라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무 말도 서로 하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때부터 목이 몹시 아팠다. 바싹 말라 침이 넘어갈 때도 아팠다. 누가 물 좀 줬으면.. 이런 생각마저 싫었다. 엄마가 죽었는데 목이 마른 것조차 불경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빠와 과학수사대 차에 오른다.

죽은 엄마의 집에 가기 위해서이다. 아빠는 엄마의 마지막에 함께 있던 사람으로서 현장 조사를 한 후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난 그때도 지금도 도무지 이후 상황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누군가는 아빠의 보호자로 가야 할 것 같아 따라나섰다.

아빠는 동공 속이 비어있는 듯했다.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적당한 근육질의 몸은 몇 시간 만에 짚으로 엮은 허수아비 마냥 비틀대며 곧 쓰러질 듯 보였다. 입은 다문지 오래였다. 한숨도 흐느낌도 없이 꽉 다문 입술 사이로 하얗게 마른침이 번져 있었다. 아빠는 그날 마치 오래전부터 말을 못 했던 사람처럼 손짓으로만 말했다.


우리를 태운 승합차가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졸고 있는 경비원이 보인다.  이른 출근길에 오르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과학수사라고 커다랗게 쓰인 차는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을 바라보고 있는 그 눈들. 이 싫었다. 그 시선을 뚫고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과학수사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먼저 내렸고, 주저하는 나의 불안한 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0 경찰은 도어를 활짝 열어젖혔다. 경비원이 먼저 달려왔다. 아마도 새벽녘에 앰뷸런스의 요란한 사이렌에 뛰쳐나와 엄마의 이송에 대해 알고 있을 터. 대뜸 아빠에게 달려들어 묻는다. 큰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웅성 인다.


"사모님 어떻게 되셨어요?"


아빠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위태롭게 걸음을 옮겼고, 나는 그런 아빠의 팔에 손을 껴서 부축했다. 경찰관이 경비원을 제지했다. 경비원은 과학수사대를 보곤 눈을 크게 뜨며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난 가장 무섭게 보일만하게 눈을 부릅 떴다.  그  호기심 어린 눈빛이 너무 싫었다.

아빠는 도어록 앞에서 헛손질만 하고 계셨다. 내가 눌러본다. 수도 없이 눌러봤을 비밀번호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에 삐리릭 열린 신호음이 들린다.  


삐삐 삐삐


삐리릭~


철컥.


문이 열렸다.






작가의 이전글 #4. 영안실 비상 계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