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스 Oct 10. 2023

어떤 마음_1.오늘 아침의 마음

_나는 왜 갑자기 눈물이 날까?

이런 마음을 뭐라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자로도 그림으로도 소리로도 도무지 표현할 길이 없는 마음들...

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오늘의 마음은 이렇다.

업무 관련 협회에 협조 메일을 쓰다가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내용과 관련된 마음이 아니었다.

눈과 손가락 끝은 바삐 업무 관련 협조문을 써내려가는데

마음속과 목구멍 눈물샘에는 뜨거운 것이 울컥 차올랐다.

볼을 타고 내려오는 나의 눈물은

슬픔인듯하기도 했고, 서러움 같기도 했고, 쓸쓸함 같기도 했고, 벅차오름 같기도

했으나 여전히 그 어떤 것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온도였다.


갑자기 쌀쌀해진 아침 기온 때문일까?

연이은 연휴 이후의 쌓인 업무의 과중함일까?

연휴에 앓은 몸살감기 기운의 여진때문일까?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나홀로 앉아 있는 까닭일까?

작은 회사를 꾸려가는 나의 능력의 한계가 느껴져서일까?

결국 내가 못해낼 것 같은 불안함일까?

...


알려고 할수록 내 마음은 꼭꼭 더 숨어든다.

눈치채보려할수록 내 눈물은 이내 다 마른다.

해야할 일들인 산더미인데 이 마음을 알아내보고자 이리 글을 부려놓고 있는 지금의 마음은 몹시 위태롭고 불안하다. 그래도 이리 활자라도 흰 바탕에 부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분명 퇴근 시간에 왜 아까 글을 쓰느라도 시간을 허비했지? 하며 분주한 나를 힐난할 것이다)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야겠다.


나는 왜 갑자기 눈물이 날까?


아마 옆자리 편집장님이 계셨더라면

"그거 갱년기예요!"

명확하게 말해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40대 초반에 겪은 갱년기를 대학 레포트로 낼 만큼 관찰과 실험과 연구가 충분하다고 확신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녀는 안식년 중이니, 지금 당장 나에게 말해줄 리 없다.

그렇다 난 누군가에게 지금의 내 마음을 말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에 부려놓고 있는 거였어. 마침 일기장도 집에 두고 다닌지 꽤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갱년기의 마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40대 후반의 생리학적인 마음으로 퉁칠 수 없는 마음이다.

갱년기라는 진단을 의사가 내린다해도 합치되지 않는 마음이다.


그래서 내 마음을 알아야겠다.

오늘의 이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


쓰다보니 울컥한 마음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하다.

주말 끼고 다시 3일간의 연휴 초반에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돌이켜보니 모두 아이들의 스케줄이다. 아침부터 분주한 3일 보내놓고,

어제 일어났다가 덜컥 몸살이 온 것을 알았다.

뼈 마디마디가 쑤시고 온몸의 근육들이 뭉근하게 뭉친듯 발을 딛는 것도 앉는 것도 편치 않았다.

진짜 아플때만 먹으라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강한 진통제를 물고 삼켰다.

물 마실 타이밍을 놓쳐 약 표면이 녹아 혀 중간에서 식도의 안쪽까지 고약하게 쓴맛이 미끄러져 남아있었다.

여러번 물을 마셔도 한동안 지워지지 않는 쓴맛으로 난 오늘 하루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잠속을 헤메이다가도 잠깐씩 드는 정신에 하루가 이렇게 가는 것이 죄스러웠다.

쉬는 날에 아무것도 안하면 왠지 죄를 짓는 이 기분은 첫 회사를 다닌 스물 두살때부터 시작되었다.

하물며 빨래나 화장실 청로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를 허투로 보낸 것 같아 자책하기도 했다.

쉬는 날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을 워커홀릭이라고 한다길래,

난 아니라며 편히 쉬어보려 노력해봤지만 쉬는 걸 노력해야 한다는 게 모순인것 같아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그 결과 주중에 아이들과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이상한 죄의식을 갈음했다. 주말이나 휴일에 일단 무조건 나간다. 잠깜이라도 한강 둔치에 가서 앉아있다거나 박물관에 간다거나 교외로 나가거나 이마저도 힘들다면 집앞 산책이나 놀이터라도 나간다. 그러면 무언가 한 것 같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연휴의 시작도 시험기간인 큰 아이를 위해 도서관으로 작은 아이를 위해 미술학원과 전시, 친구네 집으로 이동하며 빡빡한 스케줄을 한 뒤였다. 몸살이 날만한 날씨였고 스케줄이었다. 하루 몸살앓이로 나아질만한 몸뚱이는 아니었다. 평소 기저질환이 있으므로 난 더 아파야 했지만 더 아플 수 있는 시간이 없으므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회사에 나온 것이다.


신기한 것은 아무리 아파도 컴퓨터 앞에 앉으면 기계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살피고 확인해야 할 것들 회신을 줘야할 것들을 분류하고 업무 메일을 보내면서 동시에 원고 파일을 열고, 동시에 스케줄러를 정리한다. 오랜만에 걸려온 작가님과 통화도 하고, 중간고사 끝난 큰딸에게서 왜 시험을 망쳤는지도 보고받는다.


평소와 다를 일은 없었다.

평소와 다른 일은 있었다.

오늘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것이다.


난 지친 것일까?

작은 회사를 혼자 꾸려나가는 것에 겁이 난 것일까?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지금은 싫어진 것일까?

회사 일도 집안 일도 제대로 못하는 나를 자각한걸까?


업무 메일을 보내던 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언젠가는 알게 될까?

오늘 아침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언젠가는 알고 싶다.

오늘 아침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작가의 이전글 #5. 죽은 엄마의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