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이 첫 문장에 꽂혀 읽게 된 책이었다. 이 한 문장은 소설 전체를 잘 대변하고 있었고, 내가 이 문장만을 읽고 이 소설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었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나뉜다. 최악과 최고.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아마 이 책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모순점과 전반적으로 어두운 책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고 인간을 혐오하며 온갖 일탈을 다 저지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에 최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았다. 그 이유는 주인공 요조가 느끼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다들 살기 어려워하는 시대에 태어났음에도 자신의 집안은 잘 살고 부족함 하나 없이 자란 자신의 삶 자체를 부끄러워하며 이 책은 시작한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주인공은 이 감정을 느낄 만큼 다른 사람보다 선천적으로 예민하며 회의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런 성격 때문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모두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적당한 모순을 가지며 그것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주인공은 그런 인간 자체를 혐오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을 혐오한다고 해서 인간이 되기 싫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주인공도 어쩔 수 없는 인간으로서 세상에 적응하고 다른 인간들과 잘 지내고 싶어 가면을 쓰고 살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과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 이상적인 인간과 자신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세상, 인간은 너무나도 달랐기에 주인공은 점점 병들어간다. 그러면서 점점 세상과는 멀어지는 선택들을 하게 된다.
담배, 마약, 술, 여자 등을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가까이하며 요조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욱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요조는 여전히 부끄러움을 느낀다. 요조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 모습이 주인공의 모순이자 이 책을 싫어하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감정적이고 세상을 고찰하는 요조는 이미 마음이 병들었다. 아무리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알아도, 이미 병든 마음은 그것을 다시 고칠 수 있는 힘이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인간들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지하고 부끄러움이라도 느끼는가? 그저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다음 이익을 위해 전진하는데만 사용한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도 합리화하며 나의 인생, 이익만을 위해 나아가는 사람과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이라도 느끼는 사람. 둘 중 어떤 사람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요조에게 한 여자가 나타나 그 여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 여자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아서 요조가 하는 말은 뭐든지 믿었다. 요조는 자신의 삶에서 그 여자만이 인간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여자의 순수함이 다른 사람에 의해 짓밟히면서 요조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모두 잃어버린다. 그 뒤의 삶은 더욱 힘들어져서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된다.
흔히들 생각이 없는 사람보고 세상 살기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인간실격은 그 반대의 사례를 보여주며 위의 말을 증명하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인공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많이 부족하고 모순된 주인공도 인간 그 자체였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자가 세상을 살아갈 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엇이 더 힘든지 그것을 나타냈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 책이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