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서평
이 책은 읽을 때 스토리가 궁금해서 뒷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있으므로 줄거리를 자세하게 쓰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대신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말을 좋아한다. 평범하고 보통적인 것은 개성이 없고 지루하다는 말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평온하고 안정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상처의 급류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은 몇 년 동안 그 아주 보통의 하루를 얻을 수 없어 힘들어했다. 서로의 상처를 묻어두었다가, 꺼내서 들여다보았다가, 흙을 뿌려보았다가, 연고도 발라본다.]
*
나의 아주 큰 상처를 함께한 사람을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나의 아주 큰 상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상처는 나의 수치가 되고 그 수치는 점점 커져 남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된다. 그 비밀을 함께한 사람은 어쩐지 내가 알리기 싫은 그 일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편해지는 때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밀은 나의 아주 큰 일부가 되기에, 비밀을 모르는 사람은 나를 이해하기 어렵다.
둘 중 누구와 함께하는 것이 더 행복할까.
*
도담의 아버지는 소방관이었다. 도담의 아버지에게는 생명이 너무 소중했기에,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가장 많은 죽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고통스러워한다.
떠올려보면 모든 것들이 그렇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교사가 되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상처받는 직업일 것이고 약자를 지키기 위해 변호사를 택했지만, 약자가 무너지는 것을 가장 많이 봐야 하는 직업일 것이다.
사람들은 필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지키기 위해 가장 아픈 것들을 수십, 수백 번 견뎌내는 존재가 되나 보다.
*
"너 소용돌이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아?
수면에서 나오려고 하지 말고 숨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돼"
급류는 삶의 모든 것을 휩쓸고 간다. 떠내려가는 것들을 급급해서 잡으려 하다 보면 내 몸이 휩쓸려가는지도 모르고 허덕이게 되겠지. 또, 내가 떠내려가는 것이 두려워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영영 빠져나오지 못한다. 대신 숨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야 한다는 말은, 삶의 밑바닥까지 숨을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 빠져나올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누구나 언젠가는 숨을 참아 잠수해야 하는 시간이 오듯 나에게도 올 텐데, 그때의 나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 될 것 같다.
*
‘자신이 겪은 일과 비교하며 남의 상처를 가볍게 치부하는 냉소적인 태도는 20대 내내 도담이 극복하려 했던 것이었다. 상처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가.’
*
‘해솔은 참는 자신이 성숙한 태도라고 여기겠지만 맞서고 터트리지 못하는 겁쟁이일 뿐이었다 ‘
*
‘도담은 그날 이후 자기감정을 의심하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면 강하게 의심했고 행복을 느끼면 자신이 겪게 될 낙차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행복한 순간에도 맘껏 행복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