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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형 Jul 09. 2019

Wonder, wonderful weeks

헤티 판 더 레이트, 프란스 X. 프로에이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아기 돌보기의 수렁에서 허우적 대다가 나만 이런가? 우리 아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 글이나 맘 카페 글을 검색해보면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육아상식이 참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원더윅스'다. 원더윅스가 뭐냐, 라는 물음에 짧게 답하려면 일단 이 표 하나만 보여주면 된다. 0~20개월 아이가 공통적으로 정신적 성장통을 겪는 시기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1개월 직후의 빨간 막대는 조리원 + 산후도우미 각 2주씩 보내고 본격적으로 독립 육아를 시작한 엄마들이 겪는 난항을 잘 설명해준다. 산후도우미가 있을 때는 쿨쿨 잠만 잘자던 아기가 갑자기 왜 이렇게 까다로워진 걸까? 원더윅스에 대해 소개하는 책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원제 : The wonder weeks)>에 따르면 생후 5주 경의 아기가 발달과정의 도약 1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듯 자기에 몰입되어 있던 신생아에서 벗어나 감각기관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는 아기는 자신에게 벌어진 이 새롭고 낯선 일들에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정신의 도약이 일어나는 이러한 시기에 아기는 자주 울고,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과 신체접촉을 요구한다. 


아기들이 어떤 발달과정을 거치며, 그 과정에서 엄마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연구 관찰을 했다. 연구 무대는 아기가 자라는 가정이었다. 우리는 아기와 엄마의 일상을 관찰했다. 많은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했다. 그리고 모든 부모는 때로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놀랍게도 정상적인 아기는 특정한 시기에 평소보다 더 많이 울고, 더 민감하고, 더 요구가 많아지고, 더 보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아기는 주기적으로 엄마를 절망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엄마와 아기가 언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지 예측할 수 있었다. 
아기는 이유 없이 울지 않는다. 아기가 유난히 울어대는 이유는 성장발달이 급격히 전환되는 시기의 불안감 때문이다. 물론 아기에게 성장발달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만큼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축하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아기가 엄마를 힘들게 할 때는 아기가 새로운 진보를 앞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아기는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친숙했던 세계가 사라지고 완전히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다.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아기는 새로운 세계에서 깨어난다. 마치 낯선 행성에서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p.7~8


나와 아기 사이의 팀워크가 제법 맞는 느낌이 들고 이제 육아가 익숙해졌나 보다 하고 자신감을 얻을라치면, 며칠 사이로 갑자기 아기의 상태가 이해할 수 없게 돌변할 때가 종종 찾아온다. 예외적인 날이겠지 하며 쩔쩔매는 하루를 사나흘 보내고서 나서 혹시나 하고 이 표를 열어보면, 아기는 틀림없이 원더윅스에 도달해있었다. 신기할 지경이었다. 더불어 원더윅스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매번 잊어버리는 나 자신도 참 신기하지만. 


아기가 이렇게 보채고 까탈을 부리는 게 원더윅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면 내 마음이 놀랍게도 진정된다. 첫째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엄마의 염려를 거두어주기 때문이고, 둘째는 원더윅스가 지나면 기분 좋고 편안해하는 원래의 아기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기는 나를 괴롭히려고 이렇게 울어대는 게 아니다. 곤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낯선 행성에서 떨어진 것처럼' 두렵고 혼란스러워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중일뿐이다. 이 가여운 아기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부드럽게 토닥거리며 함께 시간을 버텨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 말고도 힘들어하는 아기 아빠나 다른 가족에게 아기의 상태를 알려주어 조금 더 이해하고 인내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모든 아기는 생후 첫 20월 동안 열 번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기는 열 번이나 혼란스러워한다. 그때마다 아기는 어쩔 줄 모르며 필사적으로 엄마에게 매달린다. 아기는 매번 자신의 가장 안전한 토대로 되돌아간다. 그리하여 각 발달단계에서 도약을 하기 전에 자신의 배터리를 충전('엄마 사랑'을 주유받는 것) 한다.

p. 352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원더윅스가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그래도 원더윅스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읽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원더윅스는 맘 카페에 구전처럼 내려져오는 경험적 정보가 아니라 30년의 체계적인 연구 관찰을 취합한 데이터다. 원더윅스를 그저 지나가기를 바라는 '고통스러운 시기'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아기의 단계별 도약을 돕는 기회로 삼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원더윅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여는 글'과 도입 부분에 해당하는 '아기의 세계'였다. 그 뒤 책의 구성은 아기가 20개월이 될 때까지 겪는 도약 10단계를 각각 설명해놓았는데, 아기의 정상 발달 과정에 대해 소개하는 여타의 육아 서적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서평을 쓰는 지금의 시점에서 나는 내 아기의 10번째 도약을 앞두고 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어떻게 원더윅스도 모르는 채 애를 낳았을까 살짝 자책까지 했는데 이제 곧 원더윅스 운운하는 것도 추억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20개월 이후에도 이 아기, 아니 아이는 계속 성장하고 도약할 것이다. wonder weeks 뿐 아니라 wonder months, wonder years가 찾아온다 해도 이 엄마가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평생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주겠다고 조용히 약속해보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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