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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is libris Apr 02. 2020

침대에 누워서 책 읽고 싶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대화이다. 

아니, 독서는 저자가 일방적으로 지껄여, 독자에게는 말 한마디 참견할 여지가 없으므로 대화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의 의무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티머 J. 애들러 《독서의 기술》

 





요즘 퇴고하느라 밤늦도록 원고를 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낸다.

몇 번을 보아도 수정할 곳이 너무 많다.

오탈자를 찾고, 문맥에 맞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고, 어색한 표현이 있으면 다시 첨삭을 한다.


하루 종일 원고만 보고 있으려니 책 읽을 시간이 나질 않는다.

처음 쓰는 책이고, 작가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실력이다 보니 더욱 퇴고가 고될 수밖에...


하루 종일 무엇인가를 고치고 쓰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허가기 진다.

뱉어내는  위해서는 그만큼 머금어야 하는데 몇 주째 뱉어내기만 하니 속이 빈 것 같은 느낌이다. 

읽기와 쓰기가 대화라면, 나는 일방적으로 말만 하고 있는 꼴이지 싶다. 


침대에 누워서 하루 종일 책이나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읽고 싶은 책들을 간간히 사두었는데 침대 맡에 쌓여만 간다.


침대에 누워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루에 짧게라도 읽고 쓰기 위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책을 떠올려 보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독서 노트에도 편안하게 누워서 책을 읽는 그림은 없다.

책덕은 많은 것 같은데, 책 읽는 모습에 대해서 공감이 될만한 에세이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못 읽어서 그렇겠지...

아무튼, 독서 같은 것도 나왔으면 좋겠다.


얼마나 좋을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교실 책상에서,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갔던 책방에서, 동네 도서관에서, 요즘은 카페에서 책을 읽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텐데...

공부하기 위해서 읽고, 재미있어서 읽고,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읽고, 독서 토론을 하기 위해 읽고, 과제하기 위해 읽고, 회사에서 시켜서 읽고, 새해가 되어서 책을 읽기 시작한 기억은 누구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찐덕님들 책 읽는 이야기들 좀 나줘주세요!!"



출근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니 한가할 줄 알았는데 시간에 쫓기는 건 여전하고 과로와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불안함도 여전하고, 뭔지 모를 결핍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집에만 있으니 집안 꼴은 더 엉망이 돼버렸다.

청소도 귀찮고, 밥 하는 것도 귀찮고, 빨래하는 것도 귀찮다.


이것저것 다 때려치우고 않고 하루만 침대에 누워서 책이나 실컷 읽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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