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
나는 [회색 인간]이라는 책도 몰랐고, 김동식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내가 사는 제주도 표선의 ‘카페 이마고’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고 해서 자리 나 채워주자는 생각으로 마침 여행 차 와있던 다현 언니네와 참석하게 되었다.
작가라는 존재들은 무릇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어떤 고정관념이 나에게 자리 잡고 있었던지, 사전에 작가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던 나는 김동식 작가를 보고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작가라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함이 베어져 나오는 약간은 고독해 보이는 눈빛을 하고, 정적이며 깊이 있는 표정을 하고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가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그는 마치 세상 구경을 처음 나온 아기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고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호기심과 장난기를 장착하였으니 가히 ‘발랄한’ 순수 청년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작가와의 대화’가 시작되고 나는 또 한 번 반전을 겪는다. 그는 sns라는 툴을 철저히 이해하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인기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는지를 훤히 꾀고 있는, 가장 현대적인 촉각을 가지고 있는 전략가와 같았다. 순수하지만 예리하고, 겸손하지만 통찰력 있는, 가히 따라잡기 힘든 풍자를 겸비한 작가였다.
평범하지 않은 이력이 그의 창의적 소설의 자양분이 되어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에 학교를 스스로 자퇴하고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 후 나락으로 떨어져 pc방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10대 후반에 주물공장에 들어가 30대에 작가가 되기까지 하루 8시간 이상씩 하루 종일 똑같이 반복되는 동작으로 주물 틀에 쇳물 붓는 일을 한다.
지루한 작업의 시간을 견디고자 공상에 빠지고 독특한 창의성을 지닌 그에게 그 공상의 힘은 독창적인 소설이 된다.
그의 소설집 [회색 인간]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하나같이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뒤끝의 힘이 부족한 베르베르의 단편보다도 훨씬 더.
일독을 권하며 그가 전하는 현대 온라인 글쓰기의 기술(?)을 몇 가지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치겠다.
글이 길면 안 된다.
도입이 늘어지면 안 된다 - 바로 사건이 전개되어야 한다.
반전이 강력해야 한다.
독자들이 시간 때우기로 글을 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성실하게 업로드하라.
댓글에 항상 답글을 달아라.
주제의식을 너무 대놓고 드러내지 마라.
#북살롱이마고 #김동식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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