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그 어려움에 대하여
첫 번째 결혼을 참 성급하게 결정했었다. 나는 짝사랑만 주궁 장창 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연애 같지 않은 연애를 한 달가량 하다가 걷어치운 것을 빼면 한 번의 연애 경험도 없었다. 누굴 좋아해도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고백이란 걸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사회에 나와 소개팅을 했는데 두 번째 만난 날 그는 나에게 청혼을 했다. 나를 여자로 좋아하는 남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기뻤다. 그는 큰언니의 초등학교 동창에, 대학 동문이었던 터였고, 같은 시골 면 출신이라서 익히 그의 인품을 들어서 알고 있던 터라 별 고민 없이 덥석 승낙을 했다. 그리고는 6개월간 연애 겸 결혼 준비를 한 후, 결혼을 했다.
연애와 결혼 생활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연애 5년과 결혼 1개월이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맞추어야 하는 과정들이 너무 힘들었다. 12년은 싸운 것 같다. 그러고 나니 싸우지 않고도 서로를 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편안한 부부가 되었다. 친구도 그런 친구가 없게 정말 편안하게 그는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었다. 그에게도 내가 똑같이 편안한 파트너였는 지는 알 수 없다. (이제 물어볼 수도 없는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버려서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고, 더 이상 곡해가 없었고, 서로를 상처 내는 일도 없었고, 갈등 상황에서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고,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게 편안했다.
하지만 결혼 초기에 치열하게 싸우면서 매일매일 후회했었다. 왜 좀 더 진지하게 시간을 갖고 내가 아닌 타인과 온전히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에 대해. 그가 나와 살아가기에 충분히 잘 맞는지에 대해. 내가 타인과 잘 맞추어 살아갈 수 있는 인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쓰는 용어나 습관, 생활 패턴,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나와 잘 맞는지에 대해. 그가 충분히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인지에 대해.
그는 고맙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주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최대한 수용해 주었으며 내가 싫어하는 일들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부득이하게 내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언제나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그래서 그 긴 시간을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인내심과 관용이 우리의 오랜 결혼 생활을 가능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그런 남편과 살면서 왜 그렇게 오래 싸웠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그것은 그의 지나친 술에 대한 의존 때문이었다. 이것은 끝끝내 고쳐지지 않았다)
나는 두 번째 결혼을 했고, 이제 겨우 만 7개월이 지났다. 또다시 정말 치열하고 지긋지긋하게 싸운다. 그리고 또다시 나 자신을 탓한다. ‘왜 좀 더 진지하게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나의 성급함을 걱정했는데, 왜 그때는 그게 다 지나친 기우로만 느껴졌을까.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서둘러 결혼했을까.
가족과 지인들이 서둘러 한 나의 결혼에 대해 걱정할 때, 나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한번 해 본 싸움이었고, 첫 번째 결혼에서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쌓아 온 나름의 내공도 있으니 그다지 힘들지 않게 잘 맞추어 나가리라는 자신감. 그리고 남편의 인격과 인간됨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므로.
그러나 내가 너무 오만했다. 타인과 맞춘다는 것은 그렇게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나처럼 까칠한 감성을 가진 사람은 상대의 한없는 관용과 배려 없이는 받아들여 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의 수용력은 나의 까칠함을 모두 받아들여 줄 정도로 한없이 넉넉하지는 않다는 것을 몰랐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바다 같이 넓은 수용력을 갖던지, 내가 까칠함을 깎아내던지. 까칠함을 깎아 그의 수용력 안으로 들어가든지, 그가 나의 까칠함을 보듬어 줄 정도로 수용의 폭을 ‘넓혀주든지’의 문제다. 자기가 가지고 살아온 자기다움의 것들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라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서로 깎이고 넓힐 때까지 죽자 사자 싸울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차이를 인정하고 그만둘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너는 그냥 그렇게 살아’하며 무시하고 살 것인가. 그 어느 것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서둘러 한 이 결혼을 후회한다.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니? 살고 싶은 거니, 그만 헤어지고 싶은 거니? 아니면 무늬만 부부로라도 이 인연을 연명해 나가고 싶은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