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복이 터졌네 2
결국 나는 2주일 선임인 그녀의 설득으로 일주일만 더, 한 달만 채우고, 정 그렇다면 삼 개월만...
하루하루 일을 익히는데 혼을 다 했다. 자면서도 민원 내용을 복기했고, 서류를 챙기는 꿈을 꾸거나, 서류 안내를 잘못해서 민원인에게 항의를 받는 꿈을 꾸었다. 자다가도 빠뜨린 서류가 불현듯 생각나서 등줄기에서 땀이 났다. 어제 같은 오늘이, 오늘 같은 내일이 고통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날들이 흐르고 흘러 '3개월만 버티면 할 만할 거'라던 그 3개월이 어느새, 갑자기, 지나갔다.
그 마의 3개월이 되어가면서 서툰 대로 일머리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닌 것처럼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3개월이 지나자 퇴직을 하고야 말겠다던 나의 마음은 미묘하게 설득당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버틴 3개월인데? 이 일을 익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겨우 3개월 만에 그만둬? 1년은 울궈 먹어야지? 아니지? 1년은 너무 짧지? 어디 가서 새 일을 시작하면 또 익숙해질 때까지 암흑 속에서 3개월을 버텨야 하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심장 떨림과 암울함을 또 겪어야 하는 거잖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야. 그 경험을 다시 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잖아. 싫다, 싫어. 이것도 기술인데 걍 여기 일 할 수 있는 나이까지 쭉 다닐까?'
이런 속삭임들이 시시때때로 불쑥불쑥 쑤시고 나와 나를 설득시키고 있었다.
이런 젠장.
온통 죽은 영혼들만 득시글 거릴 거 같은 암울한 곳.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묘지만 보였던 곳. 왠지 이곳에 와서는 슬프지도 않은데 슬픈 척해야만 할 것 같았던 곳. 조용하고 침울하게 죽음과 관련된 일들만이 접수되고 처리되어야 할 것만 같던 곳. 이곳이 나의 일과 삶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