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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 Oct 12. 2020

La petite princesse

Panasonic Lumix  gm1 gx7


 WEE MAGAZINE project editor 허지숙, 허지영 

어라운드에서 발간하고 있는 위매거진에서 2년정도 일을 맡아서 했었다.  Vol.1 ~ Vol.11. 11권째 마지막 마무리를 내 첫째아이와 함께 했다. 프로젝트 에디터로서 했던 일은 매거진 인트로 부분에 들어가는 커버나 주로 이미지 화보였는데 재밌게도 매 호 마다 주제가 정해져 있었다. 11호의 주제는 도서관이었다. 어릴때부터 많이 좋아하는 책인 어린왕자를 오마쥬해서 촬영했었다. 첫아이가 10개월이었는데 8개월부터 걷기시작해서 촬영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아이라서 촬영이 편하다는것도 이때 처음 알게되었다. 늦가을 해지는 바닷가나 오름은 꽤 춥기때문에 남의 아이라면 찬바람에 오래 세워둘수가 없다. 내 아이를 걱정하는 1단계를 넘어 엄마의 걱정을 걱정해야하는 2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IMAGE=STORY

담백하고 세련된 사진을 부러워하면서도 막상 내꺼를 하려고하면 자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스토리텔링병이라고 해야 할까보다. 이미지를 만드는것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있어야 일이 즐겁다. 사진을 찍는다 < 이미지를 만든다 사진은 나에게 그런 개념이다.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 언니와 나는 둘 다 그림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런건지 우리는 같은 개념으로 카메라와 사진을 대한다.(잘 모른다는 표현을 보기좋게 포장함) 내가 찍었지만 이야기가 없는 사진은 일을 마치고 나면 두번 꺼내보는일이 없다. 사진을 멋지게 잘찍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잘찍는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고 전문가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적이없다. 도찐개찐인데 언니가 나보다는 잘찍는거 같다. 확실히 그건 그렇다고 생각한다. 프로같지않은 사진을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계속 일을 주었고 위매거진도 그중에 하나였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wee magazine vol.11



어린왕자

몇번 읽은걸까? 초등학교 방학때 추천도서로 한번, 유학시절에 공부하려고 일본어로 한번, 핀란드 여행중에 지독한 외로움으로 한번, 아이에게 동화책으로 읽어준건 셀수없음. 기억나는것은 이렇고 더 읽었을수도 있다. 집에는 5권의 어린왕자 책이 있다. 읽을때마다 새롭게 읽히는건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어린왕자를 끝없이 사랑하는것 같다.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이야기는 아빠가 어린왕자 책을 읽어주었다. 책을 읽고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어린왕자가 되었다. 나는 어린왕자가 되어 해가 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나의 행성은 작아서 의자를 몇발짝만 뒤로 옮기면 해지는 광경을 또 볼수가 있었다. 나는 해지는 광경을 보고 또 보았다. 어린왕자 책에서 몇줄 안되는 짦은 내용이지만 나의 상상으로 제일 아름답다고 느끼는 내용중 하나이다. 


"나는 해가 지는 광경이 좋아. 우리 해 지는 걸 보러가.."

"어는 날은 해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본 적도 있어."

"....몹시 슬플적엔 해지는게 좋아져.."



책을 읽고 잠이 든 아멜리
꿈속에서 어린왕자가 되다
해지는 광경을 보고 또 보고



 Panasonic Lumix gx1 gm1 gx7 

언니와 6-7년간 사진일을 함께하면서 총 3대의 파나소닉 카메라를 썼다. 닳도록 썼고 줄줄이 이세상을 떠났다. 카메라는 가볍게 렌즈는 밝게. 우리의 성향과 잘맞았던 카메라들이었다. 성능이 엄청 좋은 카메라는 아니였지만 가볍고 밝은 덕분에 정말 많은 일을 할수가 있었다. 렌즈는 파나소닉에 호환되는 라이카 광각렌즈를 썼었다. 세번째 루믹스가 맛이 가기 시작하고 지금의 라이카에 이르기까지 나는 오랜 고민을 했다. 리뷰를 찾아보다 눈이 뒤집힐거 같았지만 지금까지 밝은사진 지겹게 많이 찍었으니까 앞으로 어두운사진을 질릴때까지 찍어보라는 남편의 무논리 설득에 넘어가 카메라를 무겁게 렌즈를 어둡게의 생활이 현재진행형이다. 기가차게 좋은 카메라를 사놓고 2달째 적응이 안되고 있고 후회와 괴로움으로 이불킥하며 잠못이루는 날도 있었다. 역시 카메라는 가볍게 렌즈는 밝게 였을까. 루믹스들에게 이제와 새삼 격한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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