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X G2 + TLA 200 Flash
콘탁스 G2를 사용한지 3년정도 되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첫임신 초반 그즈음. 졸리면 바로 자고 먹고 싶은건 이삼일내로 먹었다. 그와중에 어떠한 흐름으로 카메라를 하나 더 갖게 된 것이었다. 아이가 새로 생기는 마당에 카메라도 새로 생기면 어떻겠느냐는 어거지를 아주 좋은생각이라며. 소유의 합리화를 했던것 이었다. 콘탁스라면 T3 T2 도 있는데 왜 G2? 임신중에는 판단력이 느려지거나 전보다 좋지못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던데. 맞는거 같다. G2는 내 기준으로는 아주 무거운 카메라였다. 아무래도 가벼운 카메라에 손이 더 자주 가는건 어쩔수가 없다.
콘탁스를 쓰면 전용 플래쉬를 꼭 권한다. 필수라고 하는걸 써보니 필수였다는. 그래서 떼었다 붙였다 할거없이 북박이로 카메라에 붙여두게 되었다. 둘은 합이 좋은 짝꿍이다. 카메라와 플래쉬에 따로 건전지가 들어가고 사용할때 양쪽으로 소모가 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무게가 추가되면서 안그래도 무거운 카메라가 또 무거워지게 되는데.. 단점이 확실하지만 장점도 확실하다. 빛의 힘이 좋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할때는 빛이 부족한 상황이 늘 걱정이었지만 반짝반짝한 TLA 200 덕분에 어두운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게 되었고 오히려 좀 어두울때 더 찍게된다. 요즘은.
올 여름. 집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엄마가 잘 가꾼 수국을 배경으로 해가 들어가는 시간에 첫째를, 해가 중천에 있는 시간에 둘째를. 같은 장소라 비교하기가 좋아보인다. 콘탁스G2의 이중생활. TLA 200이 있고 없고.
해가 지는 동안에 사진찍는게 재밌다.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저 너머로 빛이 사라질때까지. 플래쉬를 써야할지 판단이 안될때는 둘 다 해보는 편이었다. 콘탁스G2와 친하지 않아서 판단이 잘 안되는 것으로 쓸수록 필름낭비를 덜하게 되는것 같다. (우리는 아직 친해지는 중. 3년째.)
빛을 따라다니는 어둠의 이야기
어느날 짜증을 내는 남편을 앞에 두고 말없이 한참을 있다 말을 했다. 나 혼자 있을수있는 시간이라고는 욕실에서 샤워하는 시간뿐이던 끝이 안보이던 나날들 중의 하루였다. "내가 사진찍는거 말고는 하고싶어서 할수있는게 지금 아무것도 없는데.." 눈물이 나서 말을 끝까지 잇지못했다. 사진찍는 일을 하는 여자랑 결혼은 했는데 집에서 찍는 사진은 이해를 못하는 모양이었다. 특히 밥먹기전에 밥상을 찍어보려하면 남편의 표정은 굳어졌다. 한국인들은 먹기전에 왜 사진을 찍냐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말했다. 평소에 화도 한번 내지않는 내가 너무 슬픈 얼굴을 하고 울면서 말을 하니 그게 꽤나 충격이었나 보다. 첫째를 낳고 나서의 우울한 이야기로 이젠 꽤 오래전 일이되었다. 이후로 남편은 노력해주었고 많이 변했다. 신경써서 예쁘게 요리를 하기도 하고 내가 사진찍어주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남편이 변했지만 나도 변한지라 "사진 안찍어도 되는데?" 하고 그 날을 떠올리며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한다. 사실 이제는 그 요리가 그 요리 같아서 재미도 덜하고 애들때매 다 귀찮다. 싫었지만 좋아하게 되었다는 해피엔딩 인건지. 집착과 복수의 막장드라마 인건지. 나에게 결혼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