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어갈 때나 운전할 때,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아찔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배달 라이더들을 볼 때면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나뿐일까? 하지만 요즘은 그들을 보면서 '저렇게 하는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저건 너무 심하지 않나? 조심 좀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사고를 유발할 것 같은 그들을 이해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배달로 틈틈이 용돈을 버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 주문 배달 라이더의 모습을 볼 때면 동질감을 느끼는가도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같은 청년으로서 배달 라이더들에 대한 이야기와 문제점을 한 번이라도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왜 항상 그 어느 때보다 '빨리빨리'를 외칠 수밖에 없었을까?
한 영상에서 기자분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요즘 배달 주문하면 몇 분 안에 도착할 것으로 기대하세요?
30분이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는 배달 기대 시간이 약 50분~1시간 정도이지 않았는가? 그런데 상황은 단 1년 만에 바뀌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집에 있는 사람들의 음식 배달 주문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배달 앱 '쿠팡 이츠'에서는 '빠른 배달'이라는 수식어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쿠팡 이츠는 배달 앱의 높은 진입장벽을 모두 부수고 단기간에 급성장하게 되었다. 기존에 배달 앱 1위 자리를 유지하던 배달의 민족에게는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었고, 2위 자리가 불안했던 요기요 익스프레스 또한 그 전략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빨리'라는 키워드를 사람들에게 더욱 강렬히 인식시키기 위해서 배달 앱 업체들의 광고 또한 치열했다.
배달의 민족은 '번쩍 배달'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요기요 익스프레스에서는 음식이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면 반값만 받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각 앱에서는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음식점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을 도입하는가 하면 아예 빨간색 글씨로 배달 예정 소요 시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음식점 사장님들도 속도 경쟁에 강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맛은 보이지 않지만
숫자는 눈에 딱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처럼 배고픈 사람들은 결국 어느 정도의 맛을 예상하고 무조건 빨리 오는 음식을 찾게 된다. 이를 위해서라도 음식점에서는 배달 예정 시간을 짧게 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번에는 한 치킨집 사장님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기름 예열에 13분, 닭고기를 튀기는데 13분, 양념을 버무리는데도 3분이 걸린다. 이렇게 약 30분이 걸린다지만 이마저도 주문 고객에게는 지각이 되는 셈이라고 한다.
경쟁을 위해 어떤 치킨 집은 배달 예정 소요 시간을 17분으로 약속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치킨집에서 17분이라는 시간은 생닭을 가져다주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닭을 미리 튀겨놓는 집도 많다고 한다.
음식은 '요리' 특성상 배달 예정 소요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주문자에게 음식을 갖다 주는 것은 결국 배달 라이더다. 그리고 이 배달 예정 소요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배달 앱에서는 페널티를 준다고 한다.
배달 앱에서는 라이더 분들의 레벨을 1,2,3 등급으로 나눈다고 한다. 콜이 잘 나오는 시간대를 1등급이 먼저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 2,3등급 순으로 선점할 수 있는데 3등급이 되면 선점하는 것이 거의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결국 이러한 배달 앱들의 시스템이 라이더들의 위험을 유도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사실 배달 라이더들의 '빨리빨리'가 배달을 1건이라도 더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한 건이라도 빨리 배달해야 다음 주문 배달도 빨리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더 무섭게 운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배달 앱들의 경쟁 하나로 라이더들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얼마 전, 새우튀김 갑질 사건을 계기로 배달 앱 관련 정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국 배달 앱도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벌여지는 일들이지만 사람의 생명까지도 위협이 되는 부분에 있어 다시 한번 신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배달 앱과 관련된 제도라면 아직까지 음식 리뷰에 대해서만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리뷰와 관련된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서 라이더 그리고 그들과 길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안전 또한 보장될 수 있는 것일까?
작년 말부터 향후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해 보호법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법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입법화 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빨리 빠른 추진이 이루어져 라이더들에게도 안전함과 휴식이 보장될 수 있으면 좋겠다.
에디터 '옌'의 4줄 요약
1. 코로나 이후, 주문 배달 수가 매우 많아짐에 따라 배달 앱들의 '내가 제일 빠름' 적극 광고
2. 음식점 사장님들 또한 조리 시간이 빨라질 수밖에 없어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기도 함
3.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 사연은 등급별로 나뉘는 배달 선점 확률을 높이기 위함
4. 결국 이러한 배달 앱들의 시스템이 라이더들의 위험을 유도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