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글/ 아라이 료지 그림
그림책 주인공인 고양이 하스카프를 보고 있으면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를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랜 기간 디자이너로 일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슴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던 것 같았어요.
저에 대해 돌아보기 위해 퇴직금을 들고 무작정 한국을 떠나 따뜻한 나라로 날아갔어요. 새로운 환경, 익숙치 않은 문화와 음식 등 모든게 낯설어 새로운 것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이때의 경험은 제 삶의 고비가 올 때마다 등대 역할을 해주며 용기를 줍니다. 겨울내내 꽁꽁 얼어붙은 눈 쌓인 흙을 헤치고 이겨내야 따스한 봄을 맞고 꽃을 피우는 식물처럼 말이죠.
제가 그림책 작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선 ‘부럽다.’ 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않느냐’ 라는 반응이 지배적 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때의 전 아마도 몬테로소의 분홍 벽을 찾아 힘든 여정도 주저하지 않는 고양이가 아니었을까요. ‘나도 하스카프 중 하나일까?’ 한번 자문해 봅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자신만의 분홍벽을 가지고 있어요. 언제 시작할지는 시기의 차이일 뿐이죠. 그래서 영원한 정착도 안주도 없는 어쩌면 평생을 우리는 방랑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언제든 행복한 삶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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