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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ia Mar 23. 2024

20240322_이렇게 같이 살지


    창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바람이 불어와도 더 이상 차갑지가 않다. 봄비라고 생각하니, 상쾌하단 생각마저 든다. 창문을 열다 창틀에 나란히 늘어선 화분들을 보니, 빽빽이 지어진 아파트 풍경과 닮았다. 처음에 이 집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창 틀은 오직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었는데. 어느새 입체로 가득 찼다.  

   화원출신, 비닐하우스 출신, 마트출신, 빛도 못 보던 사무실 구석 출신 등.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이곳으로 와 모여 살게 됐다.


   거북이 등껍질 같이 멋진 자태의 잎사귀를 뽐내던 아이는 살기가 힘들었는지 나중에 잎사귀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떨궈냈다. 꽃을 피우는 게 여기선 힘들다는 걸 알아챘는지 더 애쓰지 않는 아이도 있다. 반면 1년간 빛도 안드는 사무실에서 힘겹게 버티다 온 아이는 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오자 그전 모습을 버리고 다시 태어났다. 이번생애 녀석에게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한 커피나무도 있지만, 부담 주지 않기로 했다.


   너무 애쓰기보단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잘 살아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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