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있는 상점에 가면, 사려고 하는 것만 딱 사고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모든 쇼핑이 그렇긴 하겠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을 구경하다가 보면 왠지 언젠간 필요할 것 같아 자꾸 장바구니에 넣게 된다. 건물의 맨 위층. 3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는 건, 오늘도 편견 없이 여러 코너를 두루 살피겠다는 암묵적 행동이다.
완구코너에 들어서는데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조립식 블록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침 키우는 반려도마뱀 ‘감자’의 마땅한 은신처를 찾고 있었는데, 건물하나 지어주면 어떨까.
평소에 계란판을 잘라 엎어놓은 곳에 들어가 자는데, 강아지처럼 꼬리를 말고 한껏 웅크리고 자는 게 맘에 걸리던 터였다.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마치 내가 살 집을 고르듯 건물의 구조, 높이, 면적, 입구의 크기, 건물 리모델링 시 어디까지 가능한가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중국집과 의류가게 중 치열한 접전이 있었지만, 최종 의류가게 낙찰!
건물측면과 정면부문이 시각적으로 시원하게 개방된 통창(실제로 열리진 않지만)으로 되어 있어, 너무 답답하지 않은 구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수구 거름망 하나 사러 갔건만, 오늘도 역시나다.
집에 오자마자 조립을 했다. 한 땀 한 땀 쌓았다. 대출 없는 내 집 마련이 이런 기분일까?
*절대 내 사리사욕을 채울 욕심이 아닌 반려도마뱀 ‘감자’의 행복을 위한 구매였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