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오픈이노베이션의 시작?

by 박원규


난 엮는(연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작년에 DGIST에서 오픈이노베이션 강연요청이 와서 학생분들이 섞인 모임의 강연은 처음이었기에,

대구를 내려가는 기차안에서 '내 어릴때를 회상하며 난 어떤 걸 좋아했었지?' 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생각해보니 어릴때부터 내가 자주 가는 모임/장소와 주변 사람들을 연결하는 걸 좋아했었다.

어릴때 교회에 다녔었는데 중/고등부가 20~30명 되는 작은 교회였었다.

그런데 중2때 우리반 50명중 25명이 이 교회를 다니게 됐었다.


사회 나와서도 내가 다니던 남대문의 안경점에 내 지인 50명 이상이 다니게 되었고,

나의 단골집들이 지인들의 단골집이 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E성향이 강하지 않았음에도 각종 모임의 '총무'를 굳이 나서지는 않았지만 피하지 않았던 것도...

모임 장소를 잡고,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과정은 스트레스였지만 그들이 모여서 즐거워하는 모습 자체에 행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결혼도 여덟(8)커플을 매칭했고, 스타트업씬에 들어와서는 어쩌다보니 괜찮은 분들을 추천하다보니 취업 중개도 10건 이상 한 것 같다.


회사에서는 디지털, 전략, 재무, 상품, 리스크 등 다양한 조직에서 주로 조직의 전략기획 역할을 담당했었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걸 끔찍히 싫어했었고, 레거시를 살짝씩 틀어 가며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과정과정에선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많이 받는 스타일이긴 하다.

이후 조직 내 주도권을 쥐게 되면 흥미가 떨어져서 평균 3년에 한번씩은 조직 이동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2016년 신사업 조직으로 발령이 났다. 끔찍하게 싫어했었다.

금융권의 신사업 조직은 '오너'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힘도 자원도 별로 없다.

이미 직장생활을 15년 가까이 한 상태여서 조직의 생리를 모르는 바도 아니었기에 너무 괴로워했고,

입맛이 뚝 떨어져 2주만에 5킬로는 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신사업 조직에서 미국 한인대상 은행과의 신사업을 진행하던 중,

여러가지 사연으로, 2017년에 오픈이노베이션을 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사례조차 거의 없어서 정말 부딛히며 배워갔던 것 같다.


기획단계에서 여러 후배들이 내부 설득을 어려워했다.

사실 난 프로그램 런칭까지만 하고 해외 주재원을 가기로 되어 있었고,

(글로벌 조직과 얘기가 되어 있는, 그런데 해외 인수 딜 무산 ㅎㅎ)

그래서 정말 마음을 비우고 조직 내 주요 의사결정조직들을 설득해 나가며 시작하게 되었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시작했던 것 같고, FUTURE9(퓨처나인)을 시작했다.

이 업무를 하니 어찌나 매일매일이 새로운지...

또 어찌나 연결할 일들이 많은지...


조직을 휴직하고 프리랜서로 살았던 작년, 퇴직한 올해.

지금도 매일매일 1인 오픈이노베이터로 비슷하게 살고 있다.


생각보니 벌써 만 8년, 9년차에 접어든 생활이다.

예전에는 조직의 자원을 활용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했다면,

(생각해보니 그때도 뭄뭄실내화 같은 KB와 관계없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주도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미팅/멘토링으로 만나는 스타트업들과 기존에 쌓아온 네트워크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만들어 내고 있다.


키즈앱 개발사와 알뜰폰 사업자와의 오픈이노베이션, 온도관리솔루션 스타트업과 설치/유지보수 전문 대기업과 그래핀제조사와 페인트회사와 등등...


지난 4월에 경희-인제의료원에서 공동으로 하고 있는 행사에 KB를 나와서는 처음으로 오픈이노베이션 강연을 갔었다. 바이오헬스분야 오픈이노베이션 강의를 요청받았는데, 다른 강연자 분들이 너무 전문적이고 강연을 잘하셔서... 현장에서 즉석으로 내가 직접 했거나 하고 있는 케이스 위주로 강연 자료를 수정해 버렸다.


어차피 내가 바이오헬스 분야 전문가도 아니니까. 근데 이게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분들이 주최측 2차 장소에도 초대해주셨고, 행사 이후에도 별도로 미팅을 하자고 하실 정도로...


혼자하는 생태계라 온/오프믹스의 오픈이노베이션 솔루션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데이터도 필요하지만 시장에 데이터만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회사들을 보면...참 난감하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얘기를 하나씩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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