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대회 우승자가 만든 토종 OTA, 그리고 1년 반의 협업
익스피디아 회장을 만나다
2013년 미국 코넬대학교. 관광학을 전공하던 한 한국인 유학생이 현지 스타트업 경연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습니다. 여행자들이 특정 지역 숙박시설에서 가진 경험을 공유하면서 마케터 역할을 하는 대신 일정한 대가를 받는 것. '트립플래너(Triplanner)'라는 이름의 이 아이디어로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바로 익스피디아 그룹의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회장이었습니다. 현재는 우버 CEO로 있는 그의 추천으로, 정지하 대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익스피디아 한국지사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당시 제가 맡은 일은 호텔을 익스피디아에 등록하고 이들 객실을 소비자에게 파는 일이었어요. 그러면서 플랫폼에 공급자를 끌어들이는 시스템을 파악했지요."
정지하 대표에게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코넬대 시절 구상했던 핵심 아이디어는 여행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보상받는 생태계였지만, 당시에는 "유저 입장은 파악했지만 공급자를 어떻게 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죠.
익스피디아에서의 3년은 그 빈칸을 채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검색엔진과 결제 시스템, 숙박시설 공급망, 예약 시스템. 글로벌 OTA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2017년 8월, 마침내 자신의 회사 트립비토즈(Tripbtoz)를 창업했습니다. "여행의 B부터 Z까지 해결한다"는 의미였습니다.
한국에는 OTA가 없었다
2017년 6월 트립비토즈 정식 런칭. 핵심은 영상 기반 여행 플랫폼이었습니다. 기존 글로벌 OTA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제공한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실제 투숙객들의 체험 후기가 생생한 영상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죠.
트립비토즈는 달랐습니다. 여행자들이 직접 현지에서 지역과 호텔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최대 15초까지 업로드되는 영상들은 다른 사용자들에게 노출되고, 영상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상위 랭커로 등록됩니다. 1등 랭커에게는 거래액의 0.5%가, 호텔의 경우에는 1%의 수수료가 '트립캐시'로 쌓였습니다.
그러나 영상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직후 5개월 동안 고객 행동 패턴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51%의 고객이 호텔 예약 후 가격이 하락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재방문했던 것이죠.
트립비토즈는 즉시 대응했습니다. 숙박시설 가격을 자동으로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봇(Bot)'을 개발하고, 예약 후 가격이 하락하면 차액을 포인트로 자동 환급하는 **최저가 차액 보상 시스템 'PDR(Price Drop Reward)'**을 출시했습니다. 기존 여행사의 최저가 기준이 '구매 시점'이었다면, 트립비토즈의 최저가 기준은 '총 여행 기간'이었습니다.
2017년 10월에는 기업 출장 여행객을 위한 B2B 플랫폼도 출시했습니다. 전 세계 65만 개 숙박시설 중 출장 여행객 선호도가 높은 4만 개 시설을 상단에 노출하고, 임직원 예약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시스템을 제공했죠. 현대모비스와 에이프릴스킨 등 15개 기업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봄, 합정동 사무실을 찾아가다
2018년 봄, 저는 트립비토즈를 찾아갔습니다. 당시 팀은 5명이었습니다. 제가 이들을 만나러 간 이유는 영상 플랫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토종 OTA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 여행 시장을 돌아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카드사 여행사이트 등 모두 패키지 여행 위주였습니다. 실시간 호텔 예약을 하려면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했죠. 한국 관광 시장 규모가 40조 원인데, 그 중 상당 부분이 해외 플랫폼으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여행, 항공 발권 라이선스를 보유한 카드사를 혁신하고 싶었습니다. KB국민카드는 매월 15만 명의 항공권 결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중 2만 명은 발권 데이터(어느 곳을 여행하는지)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트립비토즈의 기술력과 KB국민카드의 데이터를 결합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KB증권에서 트립비토즈에 초기 투자 후 추천까지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협업할 여지가 충분했죠.
그렇게 퓨처나인 팀 네 명이 합정동에 있는 트립비토즈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정지하 대표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당시에 깜짝 놀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온라인 여행업, 그리고 우리 회사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줬다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KB국민카드라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 직접 찾아왔다는 것이었어요."
디자인 씽킹에서 배운 소통
시작이 좋았습니다. 트립비토즈가 퓨처나인 2기에 선정된 이후 새로운 개발자들이 합류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KB국민카드의 추천으로 '스탠포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수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도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사흘에 한 번씩 빠르게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페인 포인트를 찾아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다시 피드백을 받아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 이 경험을 통해 트립비토즈는 '소통'의 중요성을 체득했습니다.
이 소통 능력은 KB국민카드와의 협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항공, 호텔, 액티비티를 각 이용자의 요구에 맞게 정교하게 추천하고 가격 파괴를 이끌어내는 데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죠.
결제전환율 8.5%의 충격
그리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0만 건의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호텔을 추천한 결과, 예약(결제)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8.5%가 나왔습니다.
통상 OTA 업계 평균 전환율이 4%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빅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타겟팅이 만들어낸 성과였죠. 이 실험이 두 회사가 아예 새로운 서비스를 함께 만들게 되는 단초가 됐습니다.
트립비토즈의 가능성은 KB국민카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습니다. KB국민카드도 여행과 컬처를 다룬 '라이프숍 앱'을 만들었으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KB국민카드의 강점과 약점:
강점: 1,900만 명 회원, 마케팅 채널, 항공권 결제 데이터
약점: 금융사 특성상 기능이 많고 앱이 무거움, 여행 전문성 부족
트립비토즈의 강점과 약점:
강점: 여행이라는 하나의 기능에 충실, 기술력, 트렌디함
약점: 마케팅 채널과 브랜드 파워 부족
각자의 강점을 합치면 충분히 해볼 만했습니다.
TTBB: 1년 반의 진짜 협업
2018년 10월, 두 회사는 공동 여행 플랫폼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KB국민카드 퓨처나인이 스타트업과 만들어낸 여러 인연 중 가장 깊은 협업 관계였습니다. 단순한 제휴나 투자가 아니라,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갖고 새로운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역할 분담은 명확했습니다.
트립비토즈: 플랫폼 설계 및 구축, 스타트업 특유의 정신으로 트렌디하게 운영
KB국민카드: 서비스 기획, 제휴 마케팅 연결, 브랜딩 및 마케팅
이렇게 만들어진 플랫폼이 *TTBB(Trip and Travel Better and Beyond)*입니다. 2020년 7월 정식 출시됐습니다. 기존 여행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여행사는 어쩔 수 없이 여행 상품 관련 데이터만 갖게 됩니다. 하지만 TTBB는 KB국민카드와 협업하면서 평소 이용자의 소비 패턴을 파악해 어떤 여행상품을 좋아할지 선호도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객이 스스로 알기도 전에 원하는 여행상품을 추천하는 플랫폼'. 이것이 TTBB의 포지셔닝이었습니다.
30대 스노클링 애호가를 찾아내다
TTBB는 세 가지 강점을 내세웠습니다.
첫째, 종합 여행 플랫폼입니다. 전세계 항공권, 80만 개 호텔, 10만 개 이상 액티비티 상품을 통해 수백만 개 결합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세 영역을 한꺼번에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드물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둘째, 가격 경쟁력입니다. 글로벌 파트너십에 KB국민카드의 할인 상품을 결합한 결과였습니다.
셋째, 빅데이터 기반 타겟팅입니다. 고객 빅데이터와 여행 상품 영상을 결합해 타깃층에 맞는 프로모션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30대 남성 중 최근 3개월 내 스노클링 장비를 구매한 사람을 찾아냅니다. 그에게 타깃 메시지를 보냅니다. 플랫폼에 유입된 이용자에게 수중 액티비티 관련 상품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낼 고객군을 추리는 것만으로도 타 글로벌 서비스 대비 예약 전환율이 3배 올라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영상 리뷰까지 결합하면 전환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죠.
TTBB는 메인 화면에서 호텔과 항공, 액티비티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세계 여행지와 도시를 선택하면 여행의 필수정보와 관광명소를 추천했습니다. 영상 탭에서는 다른 사용자가 올린 영상을 볼 수 있었죠. 영상으로 된 리뷰는 사진이나 글로만 이뤄진 것보다 이용자가 보다 정확한 정보를 갖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이용자가 이 영상을 보다가 예약 버튼을 누르면 즉시 예약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TTBB는 2024년까지 연거래액 3,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에게 TTBB 브랜드를 알리고, 항공과 숙박, 액티비티를 인앱으로 결제 가능하게 하며, 한국 직계약 호텔 확보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문체부 대표 스타트업이 되다
퓨처나인을 통한 협업은 트립비토즈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퓨처나인 팀이 중소벤처기업부의 '도전!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렸고, 제출 자료 작성을 가이드했습니다. 그 결과 트립비토즈는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문체부 대표 스타트업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 경제사절단에도 3차례나 참여하게 됩니다.
2021년 한-스페인 관광산업 라운드테이블, 2023년 UAE 순방,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작은 스타트업이 국가 대표로 글로벌 무대에 서게 된 것입니다. 2022년에는 관광진흥유공 포상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2025년에는 디지털 글로벌화 유공 표창까지 수상했습니다.
투자도 순조로웠습니다. 2021년 pre-Series B로 60억 원을 유치했고, 2022년에는 자이언트스텝(코스닥 상장사)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았습니다. 저 역시 트립비토즈의 가능성을 믿고 총 4회에 걸쳐 투자했습니다. 직접 투자 2번, 제가 출자한 펀드를 통해 2번.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퓨처나인을 통해 만난 스타트업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습니다.
매출도 2019년 4억 원에서 2021년 25억 원으로, 연 평균 100% 이상 성장했습니다. 2021년 연 거래액은 300억 원을 돌파했고,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거래액은 580억 원에 달했습니다.
커뮤니티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사용자 생성 영상은 2019년 1,404건에서 2021년 75,082건으로, 호텔 예약은 2019년 16,274건에서 2021년 168,492건으로 늘어났습니다. 2018년 봄 제가 만났던 5명의 팀은 이제 40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성장의 그림자
하지만 모든 협업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TTBB는 야심찬 출발을 했지만, 약 1년 전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3,000억 원 거래액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트립비토즈는 여전히 매출 134억 원(2024년 기준), 직원 40명 이상 규모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성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초기의 폭발적 성장세는 둔화되었고, 내부적으로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직 관리의 문제입니다. 트립비토즈는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영입했습니다. 라쿠텐 한국지사장 출신, SK커뮤니케이션 검색·추천 개발 출신, KT 동영상 플랫폼 기획 총괄 출신 등 화려한 이력의 리더십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오래 지켜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직 내부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들립니다. 퓨처나인 과정에서도 트립비토즈의 성장을 돕기 위해 여러 인재를 연결해드렸지만, 대부분이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이는 오픈이노베이션에서 제가 분류한 **"키맨 활용형"**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데는 능하지만,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입니다.
사원, 대리급에서 창업한 젊은 창업가들이 자주 직면하는 과제입니다. 기술력과 사업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보다 훨씬 경험 많은 시니어 인재들을 영입하지만, 이들과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능력입니다. 작은 것에 집중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고,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사람을 지치게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따라 중동을 3차례 방문하고, 문체부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화려한 외형 뒤에는 내부의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퓨처나인에서 만든 연결고리들, KB국민카드와의 협업 경험, 이 모든 것이 트립비토즈에게 기회를 줬지만, 그 기회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조직 내부의 문제였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이 남긴 교훈
트립비토즈와 KB국민카드의 협업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성공의 요소들입니다.
명확한 역할 분담이 있었습니다. 트립비토즈는 플랫폼 구축과 운영, KB국민카드는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데이터 기반 실험이 있었습니다. 10만 건의 고객 데이터로 전환율 15%라는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추상적인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깊은 협업이 있었습니다. 단순 제휴나 마케팅 지원이 아니라 공동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했습니다. KB국민카드의 1,900만 회원과 데이터, 트립비토즈의 기술력과 트렌디함. 각자의 강점을 합쳤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의 과제도 명확합니다.
외부 협력만큼 내부 조직 관리도 중요합니다. 대기업과의 화려한 협업, 대통령 경제사절단 참여, 이 모든 것이 있어도 내부 조직이 튼튼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인재 영입보다 인재 유지가 더 어렵습니다. 최고급 인재들을 모으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들과 오래 함께 가는 것은 다른 차원의 능력입니다. 특히 경력이 많은 시니어 인재들과의 협업에서는 상호 존중과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빠른 성장이 장기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연 평균 100% 이상 성장하고, 거래액 300억 원을 돌파했지만, 그 성장이 지속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창업가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과 함께 가야 합니다. 사원·대리급에서 창업한 젊은 창업가가 시니어 인재들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업의 성장만큼이나 창업가 본인의 성장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에서 중요한 점은, 대기업이 제공하는 것이 단순히 자금이나 고객 데이터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영 노하우, 조직 관리 경험, 장기적 비전 수립 같은 무형의 자산도 함께 전달되어야 진정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런 무형의 자산은 전달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기는 더 어렵습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는 자신의 방식에 대한 확신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나?"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위험한 때입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
트립비토즈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트래블테크 기업입니다. 문체부와 함께 K-관광 확장을 논의하고, 싱가포르관광청과 협업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2025년 1월에도 K-관광협력단 결과보고회에 연사로 참여해 민관 협력 기반의 K-관광 확장 전략을 공유했습니다.
현재 87만 개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고, 영상 기반 커뮤니티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성장하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합니다. 정지하 대표가 코넬대 시절 품었던 꿈, 익스피디아에서 배운 노하우, 퓨처나인에서 만난 기회. 이 모든 것이 트립비토즈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기회를 잡는 능력만큼이나 내부를 다지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화려한 인재를 영입하는 능력만큼이나 그들과 함께 가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능력만큼이나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시작일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조직이 어떻게 내부를 다지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느냐입니다.
이것이 트립비토즈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입니다. 성공의 화려함 뒤에 있는 지속가능성의 과제. 대기업과의 협업이 만들어낸 기회 뒤에 있는 조직 관리의 현실. 빠른 성장 뒤에 있는 내부의 빈 공간.
트립비토즈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그리고 여기서 배운 교훈들이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우리는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