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점일기 019

집으로 돌아오는 길 – 책보부상을 마치고

by 윤 서점원


조용한 시골에서 지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책과 서점에 관련된 행사는 서울에서 주로 열리기 마련이라 종종 서울 나들이를 나서곤 한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없어졌는데, 오랜만에 북마켓인 ‘책보부상’이 개최되어 참석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올라가는 서울. 행사는 늘 즐겁다. 오랜만에 뵙는 제작자분들, 작가님, 책방 사장님. 그리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이메일과 SNS로만 소통했던 새로 뵙는 분들까지. 북마켓은 보통 하루 종일 서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그럼에도 공간 가득 뿜어지는 참가자분들의 열기와 에너지로, 포기할 수 없는 행복 중 하나다.


오프라인 행사를 매우 좋아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는 사실 내가 겁을 내는 장소다. 여기에서 겁이란 폭력이나 범죄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겁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낮 시간 동안 반갑고 즐겁게 마켓에 참여를 하고 나서 밤이 되면, 나는 완벽한 이방인이 된다. 서울에는 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마켓에 나갈 때마다 밤을 지새우며 나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고, 그렇게 의도치 않게 여기저기 판을 벌리는 진상(?) 혹은 주접(?) 서점원의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도시의 외로움은 너무도 깊고 빠르게 나를 무너트리고, 도시의 고독은 맨 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어 매번 취해야 한다. 외로움이 타인에 의해 충족되는 쓸쓸함이라면, 고독은 타인으로도 충족될 수 없는 쓸쓸함이기 때문에 정신을 조금 둔화시켜야 버틸 수 있다. 사실 이 도시의 쓸쓸함은 내가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내려간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물론 시골에서도 쓸쓸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도시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시골은 원래 아무것도 없으니까 버틸만하다면, 도시는 거리에 내가 속하지 못한 수많은 무리들이 버젓이 존재하니까, 더욱 크게 소외감을 느낀다.


예전,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올라왔다가 막차를 놓친 경험이 있는데, 그때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덜컹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서울에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완벽한 타인으로, 이방인으로 낯선 도시에 혼자 남겨진 기분. 물론 도처에 널리고 널린 게 숙박업소기도 하고, 서울은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수많은 시설이 있지만, 남겨진 사람의 마음은 그러하지 않았다. 도시에 남겨진, 버려진, 허공에 부유하는 먼지. 그 이후로 나는 서울에 혼자 남겨지는 걸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다들 피곤하고 귀찮았을 테지만, 그럼에도 서울로 놀러 온 시골쥐인 나를 반겨주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덕분에 긴 여정 동안 크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으로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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