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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Aug 25. 2020

(난임일기)세 번째 시술 공난포라니...

약속한 2달을 보내고 8월 12일 병원에 갔다.

6월 말부터 7월까지 등산, 실내 자전거, 스쿼트를 하면서 열심히 몸을 만들었고 덕분에 컨디션도 좋아졌다. 

직구로 구입한 각종 영양제까지 곁들이면 지난번 실패를 만회할 수 있겠거니 싶었다.


난포 자극 주사를 맞으면서 4일째 초음파를 보는데 내 눈에도 동글동글 까만 포도알처럼 난포가 보였다. 오른쪽 3개 왼쪽 2개. 의사한테 몇 개냐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지난번처럼 3개는 나오지 않을까 싶어 내심 기뻤다. 이번엔 난포자극주사 용량이 지난번에 비해 높아서(150->225) 더 잘 자라나 보다 했다. 그리고 7일째 초음파를 보던 의사가 하루만 더 키워보자고 해서 8일째까지 주사를 맞고 집에서 컨디션 조절하며 채취날을 기다렸다.


평상시보다 컨디션도 좋았고 시술까지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서 뭔가 잘되어가나 보다 싶었다.

마취를 깨고 조금 있다 간호사가 오더니 평상시와 다르게 의사 선생님이 오실 거라며 말하고 지나갔다. 

아! 그때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다.

조금 있다 나타난 의사는 모두 공난포라고 했다. 난자가 하나도 채취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절망감이 나를 병원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 같았다.

"원인이 뭔가요? 제 난소기능이 떨어져서 그런 건가요? 그럼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사는 기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고 이제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연배란되는 난자를 모아서 시술을 시도해보자고 했다. 자연주기로 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리고 병원을 나서는데 밖에서 기다리는 오빠한테 너무 미안하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지난 2번까지는 3개가 나왔고 3개 모두 수정되어서 이식은 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니...

앞으로 안 나올 가능성도 있고, 겨우 나온다고 해도 상태가 좋은 난자가 나올 가능성이 무척 낮구나 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부부에게 아이는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됐구나 싶었다. 워낙 기술이 좋으니 웬만하면 성공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라도 냉동시켜놓을 걸 그런 후회도 밀려왔다.


사실 이 글을 쓸 때까지 며칠을 정신을 놓고 보냈다. 난소가 자극되어 아프기도 했지만,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절망했고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리해도 저리해도 나는 살아나가야 하고 살아야 한다.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삶의 방향을 설정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가 어찌 되든 내년 초까지 가능한 방법을 다 해보고 안되면 훌훌 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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