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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Aug 14. 2020

(난임일기) 부부가 부부 됨을 느낄 때

어제부터 남편과 함께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긴 장마를 지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상쾌하지 않아서 점심 식사 전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는데 시험관을 계기로 아침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제는 먹고 있던 영양제를 정리해봤다. 영양제 종류가 늘어나다 보니 적정한 용량을 제때에 먹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팬트리에서 가져온 영양제 통만 13가지였다. 

DHEA, 엽산, 철분제, VitB, VitC, 칼슘+마그네슘, Vit D, 오메가 3, L-아르기닌, 코큐텐, 이노시톨, 루테인, 홍삼

참고로 평생 영양제는 한 알도 먹어본 적이 없던 남편도 나 때문에 7가지나 먹고 있다.


식사 후에 바로 먹어야 할 것들과 식사 사이에 먹거나 자기 전에 먹는 것, 그리고 몇 알을 몇 번 먹어야 하는지 헷갈려서 포스트잇에 정리해서 팬트리 앞에 붙여뒀다.

몇 달간 먹어왔지만 그렇게 정리해서 붙여놓으니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 편했다.


어제는 난포 키우는 주사를 맞는 첫날이었다. 보통 오전 일정한 시간에 맞는데 병원에서 피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오후 1시라 오후 2시와 3시 사이에 맞고 다음날부터는 오전에 맞으라고 했다. 나는 아직도 내 배에 주사 놓는 걸 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출근 전 남편이 놓아주는데 어제는 오후에 맞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남편회사로 차를 몰고 갔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남편이 내려와서 차 안에서 맞았다. 혹시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카메라가 없는 곳을 찾아서 맞았다. 그런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끝나고 일하러 돌아가는 뒷모습이 짠해 보였다.


결혼을 해도 우리가 부부이구나를 실감할 때가 별로 없는데, 힘든 일을 함께 겪어줄 때 그걸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내가 힘들어할 때 옆에 있어 줄 때 우리 남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우리 꼭 좋은 부모가 되자.

함께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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